몇일사이에 날씨가 무서운 파도로 변한 듯 합니다.
뜨겁던 태양도 가려지고 폭폭찌던 지열은 온데간데 없고
우리의 몸을 차가운 공기속으로 몰아넣을 듯한 추위만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11월이 다 가고있는데...
쌀보시를 같이 할 범일, 문현은 지방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생각다 못해 이번에는 저희 식구들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을지로따비에 가족들이 함께 한 적이 있지요.
이번에는 힘쓰는 일에 기운좋은 남편(임채성)과 큰아들(창섭)을 대동하기로 했습니다.
큰아들 쉬는 날에, 요즘 시간이 자유로운 남편과 함께
3시에 '사명당의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큰아들이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남편이 도착했습니다.
제영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따끈한 차한잔과 간식을 챙겨주셨습니다.
제영님이 포장해 놓은 쌀 40 kg 과 10kg 포대 6자루를 차에 싣고
오늘은 종로길을 통해 '원각' 종로노인무료급식소로 향했습니다.
종로길은 청계천길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탑골공원을 돌아 종로노인무료급식소 '원각'에 도착하니 자동차를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고 바로 뒤에서 차 한대가 따라오면서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겨우 남편이 쌀 40kg을 내려 건물로 들여가는 동안
저는 차를 계속 몰고 종로3가를 빠져 나왔습니다.
'원각'에 쌀을 전달하고 돌아올 남편을 차에 태워야해서
낙원상가를 돌아 근처 노변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한바퀴를 돌아 낙원상가입구에 도착하니 남편과 '원각'무료급식소 고실장께서
나와계셨습니다.
고실장님과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삼양동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로 향했습니다.
차안에서 남편이 말하기를 고실장께서 '내일당장 써야한다'며
쌀을 2층 식당으로 바로 가지고 올라가더랍니다.
'원각' 노인무료급식소를 재개한지 8개월이 되어가는데
운영이 넉넉치 못함을 알게해주는 대목이였습니다.
40kg의 쌀이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매일 매일 40kg 정도씩이 소요되는 무료급식소에서는
그 하루의 분량이 얼마나 소중할까요?
마음이 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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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진눈깨비가 내리는 삼청동길은 생각했던 것 보다 미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조금더 내려 쌓였다면 통행이 불편했을텐데..
순조로운 성북동길, 정릉길을 지나 삼양동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총60kg중 10kg 포대 쌀 2포대를 양 어깨에 메고 3층 지역아동센터로 올라갔습니다.
쌀을 아동센터 문앞에 내려놓고 다시 주차장으로 와서 각각 10kg 포대 하나씩을 들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는 저학년 아이들이 사물놀이 선생님과 함께
장구장단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쿵딱 쿵딱 쿵따닥 쿵따~'
장단을 외워서 한참을 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어깨가 들썩여졌습니다.
쌀을 공양간으로 옮기는데 자원봉사하시는 보살님들 2분이 식사준비를 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목사님과 원장님은 안계셔서 뵙지 못했지만
일요일 다시 아동센터를 찾아가서 목사님을 뵈었는데
내년에는 서울시에서 아동센터 예산을 또 줄이겠다고 한다며
난감해 하셨습니다.
이곳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는 서울시 지원외에 후원을 통해
아이들에게 양질의 방과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서울시 예산만으로 운영하는 곳은 아이들을 밥한끼 해결해주고 저녁시간을'수용'하는 것에
그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복지가 좋아졌다고들 말하는데 부모가 경제적 능력, 정신적 능력이 미치지 못하여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이리도 야박한 것인지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오늘도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따뜻한 보살핌으로 자존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한 것을 느끼는 시간이였습니다.
'작은손길'에서 보태는 쌀은 밥한그릇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보게됩니다.
오늘도 '쌀보시'를 하면서 관세음보살님의 천수천안으로도 부족할 것 같은
세상을 만나고 왔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