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겨울이 갔나봅니다..
낮에는 햇빛이 따사로와 외투를 저절로 벗게 만들고
해가지면 쌀쌀해져 다시 외투를 걸치게 하지만
바람의 기운이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노숙하시는 거사님들께서는 따스한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봄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중에 생존을 위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연의 순리로만 여겨왔던 봄,
올해는 그 봄이 생존으로 느껴집니다..
한달에 한번씩 쌀배달을 하는 데 참 한달이 빨리 갑니다..ㅎㅎ
짧은 2월이 지나서 그런가요?
쌀배달을 같이 할 사람을 이리 저리 찾아봅니다.
문현씨와 토요일 배달하는 것이 교통상황이나,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이번에는 토요일 쌀을 차에 실어놓고 평일날 배달할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토요일 신설동 풍물시장을 여느때 보다 붐볐습니다.
고급승용차 한대가 작은 사거리에 길을 막고 물건을 싣기도 하고
반대편차의 길을 피해주기를 여러번..
좁은 골목엔 개구리주차를 여러곳에 해놓아 '사명당의집'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현명한 운전자 한분이 차를 후진하여 반대편골목으로 나가주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제영님과 운경행님이 점심식사를 막 시작하려 하고 있는 시간에
제영님이 차에 쌀을 실어주셨습니다.
종로 노인무료급식소 '원각사'에 갈 쌀 40kg
삼양동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에 갈 쌀 60kg (10kg 들이 6개) 를 실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차에 실어놓고 배달은 이번주 월요일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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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시간내어주기로 한 남편(임채성)과 함께 중계동을 출발하여 종로 탑골공원뒤 '원각사'로 향했습니다.
남편은 일요일 등산에서 허리를 살짝 다쳤는지 쌀40kg을 들고 2층가기가 부담된다고 하네요..
휴~
탑골공원 뒤에는 시간이 늦은 탓인지 (저녁6시경) 노거사님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장기를 두거나 무심히 앉아 있던 분들이 모두 자리를 뜬 상태였습니다.
미리 원각 고실장님께 연락을 드려놓은 터라 급식소앞에 차를 세우니 고실장님이 내려오셨습니다.
남편이 쌀 40kg를 차에서 내리니 고실장님께서 곧바로 쌀을 받아 어깨에 가볍게 메셨습니다.
역시 젊음이..ㅎㅎ
고실장님의 미소띈 눈인사를 받으며 차를 바로 돌려야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재활용센터 철문이 닫혀서 다른 때보다 차를 돌리기가 여의치않아 여러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했습니다.
창고에 갈 것도 없이 쌀을 메고 2층으로 오르시는 고실장님을 뒤로하고 급식소앞을 빠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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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다시 성북동길을 넘어 정릉을 거쳐 삼양동으로 향하였습니다.
퇴근길에 조금 혼잡하긴 해도 토요일보다는 도로사정이 원활한 편이였습니다.
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 주차장에 도착하여 온민숙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중.고생 남학생을 몇명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남편이 10kg 들이 쌀 2포대를 어깨에 메고 3층을 올라가는 사이
아이들이 내려왔습니다.
아이들은 10kg 들이 쌀 한포대씩을 안고 올라갔고
저희 초등동창친구가 전해준 크레파스(24색) 10개와 제가 준비해간 스팸햄세트도
하나씩 들고 올라갔습니다.
아이들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고 목사님은 못뵙고 원장님만 계셨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대하니 봄의 상큼함이 바로 그런 느낌인 듯 합니다.
새학기를 맞아 아동센터는 더욱 활기를 띠었습니다.
진학한 아이들, 새로 아동센터에 들어온 아이들이 서로 서로 서먹하면서도
신선한 시간을 지내는 기간입니다.
아이들은 하루 한끼 식사를 같이 하면서 한식구로써 형.언니,누나.동생의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어가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점점 더 가족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오겠지요.
아이들의 맑은 미소속에 바쁘게 하루를 보낸 시간을 잊어버립니다.
오랫만에 남편과 저녁식사를 밖에서 하고 쇼핑도 함께하는 좋은 시간도 가져봤습니다.
이 모두 불보살님들의 가피덕분이지요...
나무관세음보살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