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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12월 18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12.18|조회수44 목록 댓글 0

12월 중순이 지나도 날은 여전히 온화합니다. 어둠이 짙은 을지로에는 청계천으로 산책하는 젊은 남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젊은 부부도 눈에 띕니다. 모두 날이 온화한 까닭입니다.


우리가 따비를 하는 장소는 온통 고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곳입니다. 사림의 인적이 드문 때 보는 고층빌딩과 사람들이 오가는 속에서 보는 건물의 느낌은 아주 다릅니다. 사람들의 발 길이 끊어진 겨울 밤에 보는 건물은 적막하기 그지 없습니다. 건물이 세상의 주인처럼 보이고 사람의 존재는 하찮아 보입니다. 문명은 사람이 오고 가며 살아야 숨을 쉽니다.


사람을 서로 적대시 하고 경쟁자로 모는 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두려움의 심연은 참으로 깊습니다. 두려움은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모두 병들게 하고, 서로를 등지게 합니다. 부처님은 두려움은 인색함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모든 생명은 다 두려움에 묶여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구상에 생명이 살면서 부터 두려움이 각인된 것은 아닌지요? 십여 년 전 아프칸 내전에서 눈에 가득 두려움을 띤 한 소녀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적이 있었습니다. 21세기 문명시대에도 두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움의 고통을 안다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도, 사람이 뭇 생명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오늘은 굴다리에 선 거사님들의 줄이 길어 보였습니다. 90여명의 넘는 거사님들이 오셨습니다. 날이 온화한 자연의 덕은 거사님들에게까지 이어졌습니다. 떡과 과일을 받으며 인사하는 소리도 편안합니다. 오늘 보시한 것은 바나나 260개, 백설기 250쪽 그리고 커피와 둥굴레 차 각각 100여 잔입니다. 보살행을 해 주신 분은 보리 호원순님, 운경행 홍인숙님, 거사봉사대의 해룡님과 종문님입니다.


오늘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거사님들은 담담하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 모두 무주상보시의 가피입니다. 무주상보시는 두려움을 가라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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