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쌀쌀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고, 해는 밝게 빛나는 전형적인 겨울 날입니다. 오후 들어서는 점차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때에는 더욱 추워져 체감온도로는 영하 7, 8도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일요일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황학교 다리에 앉아 있는 청계보살을 찾았습니다. 보살님은 옷을 잔뜩 껴입고 맨 바닥에 얇은 자리를 깔고 앉아 있습니다. 우리는 지나면서 작은 종이 상자에 보시금을 두고 왔습니다. 이 돈은 문수각 보살님이 보시한 성금입니다. 운경행님이 돈을 놓으면서 일부러 인기척을 내보았지만, 졸고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청계보살을 본 지 벌써 3년입니다. 여성노숙인 쉼터에 갈 수도 있을 텐데, 굳이 다리 위에서 노숙을 선택한 사연이 무엇인지 답답합니다. 그저 오늘 하루 탈 없이 지내기를 불보살님들께 기도했습니다.
오늘 저녁 굴다리는 지난 겨울 그 어느 날 보다 추웠습니다. 굴다리에 모여드는 거사님들은 하나같이 옷을 두텁게 입고 방한모를 썼습니다. 얼굴 표정도 추위로 굳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가져온 떡이 아직 따뜻하고 커피와 둥굴레차가 후끈하여 거사님들이 추위를 녹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흐믓했습니다. 제영법사는 병을 가져온 거사님들에게 따뜻한 둥굴레차를 담아 드렸습니다.
날이 추워서인지 오늘 오신 거사님들은 대략 80여 명 쯤 되어 보였습니다. 밀감 370개(운경행님이 낮에 사명당의집에서 3개씩 포장 했습니다.), 백설기 250쪽,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 잔을 보시했습니다. 오늘 보살행을 해주신 분은 이병욱 거사님과 거사봉사대의 해룡님과 병순님입니다.
봉사자들은 모여 서로 합장을 하며 오늘의 따비를 회향했습니다. 따비가 끝난 굴다리는 갑자기 인적이 끊어지고 어둠이 짙게 내렸습니다. 빛이 사라지면, 어둠은 어김없이 찾아 옵니다. 굴다리는 적막하지만, 어둠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도 쓸쓸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타인을 생각하는 자비심이 있는 한, 어둠은 무력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