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후 요 몇일동안 강풍속에 옷깃을 잔뜩 여미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봄이 오나?'하며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을지로지하도 차가운 대리석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을지로거사들은 그 마음이
더욱 크지 않을까요?
겨울이 되면 부쩍 몸의 이곳 저곳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노숙을 하고 있는 거사들에겐 아주 일상적인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작은 손길을 기대하며 을지로지하차도에 줄을서서 기다리시는 거사님들은 대략 90여분,
일손을 보태러 을지로지하차도에 모여주신 분들은
'작은손길' 대표인 여운선생님, 사무장 제영님, 전재성박사님, 홍석화선생님, 보리님, 범일님,
진흙속에 연꽃님, 저 벽안,거사봉사대 해룡거사, 종문거사, 이렇게 모두 10분이 모이셨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서로 인사를 나누시고 탁자를 펴고 탁자위에 떡,과일,물통등을 올려놓고
컵을 펼쳐놓고 믹스커피봉지를 따서 컵에 하나씩 담아 탑처럼 물통옆에 쌓아 놓았습니다.
제영님의 안내방송과 함께 따비를 시작하였습니다.
거사님들이 한코너 한코너앞를 지날때마다 봉사자들이
[떡(250쪽)- 과일(바나나 270개)-땅콩(100봉)-커피(100잔)-둥글레차(100잔)]을 전해드렸습니다.
떡 2쪽씩은 보리님이
바나나 1봉씩은 진흙속에 연꽃님이
땅콩 200g 1봉씩은 벽안이
커피제조는 전박사님과 홍선생님이, 전달은 해룡거사님이
둥글레차는 범일님이
마무리 청소는 종문거사님이
총괄지휘는 여운님과 제영님이...
각코너앞에서 인사를 하며 보시물을 나눠드리는 봉사자들을 향해
거사님들은 대응 인사도 해주시고 웃어보이시기도 하고'감사하다'는 말씀도 해주시곤 합니다.
무표정이신 분들고 계시지만요..
간혹 욕심을 내는 거사님들도 계시지만 늘 이곳에 오시는 거사님들은 대부분 순서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크게 욕심내지 않고 여분의 보시물을 받아가십니다.
이번에는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특별히 거사님들께 특별히 '땅콩'을 준비했습니다.
국산 볶은 땅콩을 한봉에 200g 씩을 담아 전해드렸습니다.
올 한해도 더위와 추위를 잘 견디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전에 오시던 거사님들 몇분이 안보이시네요.
다른 곳에서 일 보시고 늦게 못오시거나, 거취를 다른 곳으로 옮기셨거나,
쉼터로 들어가셨거나....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분담하여 30여분만에 준비한 보시물을 모두 전달하고 자리를 정리하였습니다.
10분이 둘러서서 오늘의 따비를 회향하였습니다.
싸늘한 지하차도에 커피한잔, 차한잔의 여유가 흐르고
여여하게 순서에 따라 여분의 보시물을 받는 모습이 참으로 여유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분들은 말이 없지만 느낌을 받는 우리는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눌 수 있어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이렇게 따뜻할 수 있어서....
보시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늘 후원해주시는 후원자 여러분들
오늘 추운 날에도 거사님들과 함께 하고자 나와주신 여러분들
거동하기 불편함에도 이곳을 찾아와주신 거사님들
이 모든 것을 원만하게 이루어주시는 시방삼세 제불들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나무석가모니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