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일(13일) 초복을 맞아 을지로 거사님들께 삼계탕을 보시했습니다.
이번에는 제영법사의 짐작으로 120명분을 준비했습니다.
삼계탕을 보시하기 위해서는 낮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먼저 30인분용
대형 전기밥솥 2개로 밥을 합니다. 그리고 물을 펄펄 끓여 120명분의 삼계탕을
통에 담구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저녁에 거사님들이 먹을 때까지 뜨거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반찬봉사 보살님들이 요리해준
깍두기도 준비합니다. 120명분의 그릇과 숫가락도 미리 잘 씻어 놓야야 합니다.
이외에 쓰레기 봉투와 봉사자용 장갑 등을 준비합니다.
오늘은 낮에 무량도 최은미님과 정진행 허복조님이 사명당에 와서 제영법사를
도와 주셨습니다. 여럿이 함께 일하면 쉽고 즐겁습니다. 특히 무량도 보살님은
저녁공양을 위해 콩국수를 준비해왔습니다. 덕분에 네 명이 여름별미인
콩국수를 즐겼습니다. 중간중간 함께 숫타니파타도 독송하며 토론하였습니다.
두 분 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비가 종일 와서 저녁은 빨리 어두워졌습니다. 준비한 짐을 싣고 을지로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많은 거사님들이 길게 줄을 서서 우리를 기다렸습니다.
해마다 복날이 오면 우리가 삼계탕을 보시한다는 것을 거사님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사실 한마음회에서도 여름 복날이면 으례 우리가
삼계탕을 보시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이번에 삼계탕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한마음회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한마음회의 서성진부장님 송명진부장님 김철중이사님 안영화님
윤옥향님 권정연님, 그리고 장자경차장님, 모두 일곱 분이 오셨습니다.
봉사자들은 먼저 뜨거운 삼계탕이 담긴 봉지를 잘 흔듭니다. 그래야 안의
내용물이 그릇에 잘 담깁니다. 그릇에 삼계탕을 부으면, 숫가락을 넣고 밥과
깍두기를 담아줍니다. 마지막으로 맛소금까지 뿌리면 삼계탕이 완성됩니다.
비가 오는데도 굴다리안은 후덥지근해서, 120명의 거사님(물론 보살님도 있습니다)
들이 먹고 나서 빈그릇을 돌려 줄 때까지 한마음회 봉사자들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했습니다. 삼계탕을 다 드신 거사님들에게 둥굴레차를 드렸고,
남은 밥과 반찬은 원하는 거사님들께 봉지에 싸서 드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준비한 120명분이 오신 거사님들의 수와 거의 맞아 떨어졌습니다.
거사님들이 먹고 남은 잔반과 그릇을 받아 정리해 주신 분은 거사봉사대의
해성거사님, 병순거사님, 그리고 백발거사님입니다. 한마음회 봉사자들은
마지막까지 굴다리안에 남겨진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주셨습니다.
저녁 내내 비가 내려 거사님들은 굴다리안에서 앉거나 서서 삼계탕을
먹어야 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죄송한 마음이 많았지만, 삼계탕을 잘 드신
거사님들의 인사로 그래도 잘 했다는 위안을 얻었습니다.
120명이 모여 삼계탕을 먹었지만, 굴다리안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한마음회 봉사자들과 거사봉사대는 마치 오랫동안 함께 봉사를 해온 것처럼
능숙하고 여유있게 봉사를 했습니다. 보시를 회향하며 봉사자들끼리 둥굴게
모여 합장인사를 할 때는,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함께한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사명당에서 설거지 봉사를 맡아 주시던 보살님들이 모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부득이 제영법사 혼자서 하게 되었습니다. 제영법사는 그래도
'혼자서도 잘 해요'라며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제 걱정을 더는 말이지만,
그릇과 수저 등을 모두 씻고 정리하려면 늦게까지 일해야 합니다.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무주상보시의 가르침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몸소
무주상보시를 실천하신 부처님과 역대 선지식들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여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