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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8월 2일(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8.02|조회수27 목록 댓글 0

날이 무척 덥습니다. 우리 사명당의집에 있는 에어컨은 수요일 반찬봉사

보살님들이 오셔야 켜는데, 오늘은 더위에 견디기 어려워 스위치를 켰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 살 만하네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청계천 다리에는 여성 노숙자 한 분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쯤 보이는 이 보살님은 오가는 행인을 외면하고 말없이 앉아 있는데,

때로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있는 것을 봅니다. 옆에는 종이로 만든

동냥통이 놓여 있습니다. 보살님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기가 뭣하여 제영법사와

제가 교대로 천원씩 보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주로 수요일과 일요일 저녁,

제가 사명당의집에 갈 때마다 보시했습니다. 이제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오늘도 제영법사와 저녁을 먹고 청계 보살님에게 천원을 보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보살님은 알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 돈을 

제영법사에게 던졌습니다. 보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길바닥에 던져진 돈을 짐짓 못 본 것처럼 걸음을 돌렸습니다.

모른 척하면 그 돈을 다시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그 보살이 돈을 던진 속내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무심히 돈을 받았다가, 어느 순간 천원씩 주는 사람이 같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그 돈에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여 본능적으로 우리를 경계한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청계보살에게 어떻게 해야할지는 제영법사가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받는 사람이 경계와 두려움 없이 보시를 받도록 하기위해서는 보시하는 사람에게

실로 많은 인내와 고요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

육바라밀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여섯 바라밀 가운데서도 보시와 지계와

인욕을 앞에 세운 부처님의 뜻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오늘은 백설기 200쪽, 찰토마토 260개, 둥굴레차 100잔, 커피 100잔을 보시했습니다.

토마토는 제영법사가 모두 물로 깨끗이 씻어 두 개씩 포장했습니다.

약 100여명의 거사님과 보살님들이 오셨고, 봉사자는 모처럼 공덕행 보살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해룡거사님, 백발거사님 그리고 병순거사님 등 을지로거사

봉사대님들이 함께 보살행을 해주셨습니다.

어둡고 더운 터널 속이지만, 고요하고 평상하게 따비를 회향했습니다.

우리의 보시를 흔연히 받아주는 을지로 거사님과 보살님들께 합장합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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