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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8월 30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8.30|조회수22 목록 댓글 0

오늘은 8월 마지막 따비입니다. 날은 여전히 덥네요.

제영법사와 저녁을 먹는데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소낙비가 퍼부어도 거리는 예전처럼 시원한 맛이 없습니다.

하늘과 기후도 세상인심처럼 말라가는건 아닌지요.  


오늘은 백설기 250쪽, 잘익은 토마토 220개, 커피와 둥굴레차

각 100잔 씩 보시했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다섯 분은

토마토를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떡을 더 드렸습니다. 토마토로 계산해보니,

오늘은 대략 115명이 오신 것 같습니다.


오늘 보살행을 해 주신 분은 각현거사님과 부인 혜덕보살님입니다.

각현거사님은 토마토를 맡고, 혜덕보살님은 커피를 저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을지로거사 봉사대인 해룡거사님과 백발거사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보시를 하면서 만나는 거사님들 표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오랫동안 서로

본 얼굴인데도 무표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미소를 띠며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살님도 몇 분 오시는데, 한 사람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다른 한 분은 얼굴을 들지 않습니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만나면 물론 반갑지만, 바위처럼 무표정한 사람을

보면 그 속에 얽혀있을 고통스러운 인연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람의 한 평생이 공수래 공수거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삽니다. 역사가는 인류문명의 역사가

몇 만년이라고 말하지만, 오늘 우리의 삶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 긴 역사가

부끄럽습니다.


고통은 세상과의 접촉에서 일어난다고 부처님은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재산

명예 지위는 스스로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한 번 마음 속에 들어오면

나를 끌고 다니며 재난을 일으킨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성찰하지 않고 고통을 말할 수 없으며, 마음 속 두려움을 치유하지 않고

해탈과 깨달음을 말할 수 없습니다.


경전을 잘 해석하고 고된 참선을 이겨내면서도, 정작 남에게 상처 주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관습이나 전통에

눈과 귀를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라고 한 부처님의 가르침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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