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은 추석명절이라 쉬었습니다. 을지로에 도착하니 마치
몇 달을 건너서 온 낮선 느낌입니다. 오늘은 거사님들이 100여명 쯤 오셨습니다.
전에는 130여명이 왔는데, 다시 예전처럼 줄었습니다. 이유를 알기 어렵네요.
지난 달부터 과일을 130명에 맞추어 주문했는데,,,
보시할 음식이 남아 거사님들께 더 드리는 것은 좋은데, 모자라면 오래 기다린
거사님들 보기가 참 난처해집니다.
오늘은 백설기 250개, 연시 260개, 둥굴레차와 커피 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봉사자는 을지로 거사봉사단의 백발거사님과 병순님입니다.
늘 오시던 해룡거사님이 오지 않아 걱정이 되어 연락해보니 감기몸살이 심하다고 합니다.
제영법사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많이 쉬었네요. 해룡거사님은 10여년 가까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을지로 봉사에 참여한 분이니, 가히 도반이라고 할 사람입니다.
늘 조용히 와서 봉사하고는 말없이 돌아가는 거사님을 생각하면, 이 분이 바로 참다운
수행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달라이라마는 당신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공감을 주는 말씀입니다.
이웃에 대한 친절은 상대에 대한 겸손과 경청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흔히 수행이라고 하면
절 수행이나, 다라니와 염불수행, 또는 간경과 참선 등을 말합니다. 그러나 수행을 오래 한
사람에게서 겸손과 경청의 미덕을 보기 어려운 것은 무슨 까닭인지요?
선지식으로 이름이 난 사람이나, 외국에서 모모한 선지식 밑에서 오랫동안 수행했다는
사람을 만나보면 자기 말을 하기 바쁜 나머지, 남의 말을 들을 귀가 없는 예를 종종 보았습니다.
사람은 학식 견해 계율 서원 등으로 청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집착을 버릴 때
청정해진다고 부처님은 설했습니다. 겸손과 경청 등의 친절은 참선이나 염불처럼 수행하는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 교만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할 수 있는 것이니,
친절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룡거사님과의 지난 인연을 생각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속히 거사님이 감기에서 일어나기를 삼보전에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