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마지막 일요일 을지로 따비이자, 2015년 마지막 따비입니다.
돌이켜 보니, 올 한 해도 작은손길의 활동이 큰 차질없이 흘러왔습니다.
매주 일요일 을지로 따비, 매주 수요일 독거노인 반찬봉사, 2, 4주 일요일
예술반 활동, 그리고 매달 한 번 우리가 절약한 쌀을 다른 단체와 나누는 일 등,
이 모든 활동이 우리 회원님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10여 년 전 특별한 행정경험이나 외부의 지원없이 소박하게 무주상보시를
실천할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올 한 해도 이렇게 잘 회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불보살님들의 가피요, 함께 원력을 세운 여러 회원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당신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친절이 단순히
친절한 태도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절은 자신의 것을 내놓는 것이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본다면, 자기의 것이 없으므로 내놓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자신의 존재(물질 느낌 지각 등 오온)가 '나의 것'이 아님을 알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타인에게 관대해진다고 말씀했습니다.
결국 무주상보시는 무아의 진리로 보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지난 날을 돌아보면,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열 번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자칫 외적인 형식에 머물거나, 자기만족에 그쳐 결국 아상만 키우기
쉽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오늘 12월 마지막 따비에는 엄경희님, 김부연님, 운경행님과 보리님이 오셔서
보살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을지로 거사봉사대 해룡거사님과 김종문 거사님이
함께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오늘 처음 오신 김부연님은 무릎담요 100장을
가져오셨습니다. 오늘같이 추운 날에 꼭 필요한 보시입니다. 여기에다 우리가
준비한 백설기 250개, 바나나 300개, 커피와 둥굴레차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오늘은 70- 80여명의 거사님들이 오셔서, 떡과 과일을 두 번씩 받아가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평소보다 오신 분들이 적어 주위에 물어보니, 오늘 저녁 서울역에서
겨울용 파카를 나누어 준다고 해서 그리 간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히 날이 쌀쌀해 코끝이 시릴 정도입니다. 인근 풍물시장 노점상인들도
일찍 가게를 철수했습니다. 제영법사는 귀밑까지 가릴 수 있는 털모자를 사서
저와 운경행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제영법사와 운경행, 저 셋이서 저녁을 먹으며 1, 2월 추운 날씨에 좋은 보시가
무언지 상의하다, 거사님들에게 따뜻한 오뎅(어묵)국을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처음하는 오뎅국이라 다음 주에는 시험삼아 어묵을 사서 끓여 보기로 했습니다.
2015년 12월 마지막 따비를 마치며, <절반의 경>을 새겨 봅니다.
<절반의 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싸끼야 족이 사는 나가라까라는 싸끼야 족 마을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다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세존께 인사를 드리고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아난다]
"세존이시여,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
좋은 도반과 사귀는 것이야말로 청정한 삶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세존]
"아난다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아난다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 좋은 도반과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전부에 해당한다.
- 쌍윳따니까야(전재성 역) 5권 <절반의 경> (일부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