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첫 을지로 따비입니다.
낮에 집근처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날이 온화하여 얼마 걷지 않아
등에 땀이 났습니다. 저녁 을지로 굴다리에는 날이 저물었는데도 찬바람이
불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어깨를 움추리는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오신 거사님들도 얼굴이 편안했습니다. 거사님들이 인사하는
소리가 한결 여유가 있고, 청명하게 들렸습니다.
어느 누가 이처럼 단박에 사람을 온화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계절이 주는 축복을 생각하면 자연은 참 위대합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누구도 그 흐름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봄의 온화함에 두려움 없이 몸을 내맡기고, 가을 단풍에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자연이 짓는 모든 활동은
늘 무심하여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을 잘 아는 까닭입니다.
오늘은 바나나 300개, 백설기 250편,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거사님들이 지난 주보다 많이 오셔서 90여명이 훨씬
넘었습니다. 오늘 바나나는 특별히 맛이 좋았습니다. 백설기도 공임을
올린 덕에 건포도가 더 들어가 맛이 좋았고, 텁텁하지 않아 먹기에도
좋았습니다. 제영법사가 끓인 둥굴레차도 인기가 좋아 따비가 끝날
때에는 한방울도 남김없이 다 소진되었습니다.
오늘 오신 보살님들은 퇴현 전재성 박사, 운경행님, 그리고 거사봉사대의
해룡거사님과 종문거사님입니다.
따비를 회향하고 오는 길도 마음이 가벼운 것은 이 또한 봄의 축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지만 조건없는
자비의 의미를 서로 나누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의
시행착오를 줄여가며 한걸음씩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부처님은 <자애의 경>에서 남이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분노와
증오가 일어나더라도, 하나뿐인 외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자애를 베풀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앉거나 걷거나 깨어있는 동안
늘 자애의 마음을 기르라고 가르쳤고, 이것으로 해탈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증오와 두려움에 묶여있는 우리자신을 돌아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