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첫 일요일입니다. 어제는 날이 따뜻하여 낮 기온이 19도까지 올랐습니다.
낮에 마천동 천변 길을 산책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벌써 반팔 셔츠를 입고 다녔습니다.
오늘은 종일 흐리고 비가 내렸습니다. 해서 저녁 굴다리안도 조금 서늘했습니다.
그래도 봄은 봄입니다. 을지로 거사님들의 표정도 환하고, 옷도 조금 가벼운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인사를 하는 목소리도 명랑하게 굴다리 안을 울립니다.
어느 누가 이처럼 짧은 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밝고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봄이 오면, 사람들은 따뜻한 기운으로 희망을 갖고 마음이 부드러워집니다.
가을이 되어 서늘한 기운을 받으면, 사람들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도 자신을
돌아보며 상념에 잠깁니다. 처연한 느낌을 이기지 못해 시를 쓰기도 합니다.
자연은 이처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면서도 그 댓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고, 더 더욱 자신을 숭배하기를 바라는 일이 없습니다.
다만 사람이 자연을 우상으로 섬기면서 도리어 하늘을 대신하여 감히 권위를
휘두르고 복종을 요구합니다.
자연은 말이 없건만, 자연을 대신하는 사람의 말은 길고 복잡합니다.
노자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오늘은 바나나 300개, 백설기 250개,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바나나는 운경행님이 낮에 2개씩 포장한 것입니다.
봉사자 보살님은 퇴현 전재성 박사, 해룡님, 병순님, 종문님입니다.
따비를 시작할 때부터 줄이 길더니 거의 100여명의 거사님이 오셨습니다.
지하도 입구에서 저녁을 배식하던 한 단체가 3월 말로 활동을 접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아마 그 영향으로 다시 거사님의 수가 예전처럼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오신 거사님들의 미소와 인사 또한 자연이 준 선물입니다.
비록 짧은 말로 나누는 인사지만, 그 속에는 회의와 의심이 없으니,
봄 기운은 사람의 어두운 마음을 씻어주는 말없는 설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