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첫 일요일입니다. 8시가 조금 넘자 거사님들이 한 분 한 분
굴다리 안으로 모여듭니다. 고관절이 심하게 아픈 스마일 거사님도 양손에
스틱을 잡고 힘겹게 걸어왔습니다. 거사님은 오늘따라 더 지쳐보입니다.
나중에 제영법사가 말을 걸어보니 술이 많이 취해 있었습니다. 관절이 아파
술과 진통제로 견뎌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경로로 수술할 방법을
찾아 보았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해서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어 괴롭습니다.
오늘 저녁은 미풍이 불고 기온이 선선해서 청계천으로 산책하는 젊은
남녀들이 많았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정하게 걷는 모습을 보면,
오월은 역시 청년들의 계절입니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차별없이 베풀지만,
사람은 그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합니다.
부처님은 금강경 말미에 '일체 유위법은 다 꿈이며 헛깨비, 물거품, 그리고
그림자와 같다'고 말씀했습니다. 세상사 지나고 나면 한낱 꿈이나 물거품과
다름이 없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평생 내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진실을 모르면 무명(無明)이라고 하겠지만,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니 마음의 미망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요, 오르기도
어렵고 무너뜨리기도 어려운 철벽입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거사님들에게 바나나 300개, 백설기 250개,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바나나는 운경행님이 낮에 와서
3개씩 포장을 해주었습니다. 거사님들은 100여명이 넘게 오셨습니다.
오늘 보살행을 해주신 분은 퇴현 전재성 박사, 거사봉사대의 해룡님, 병순님,
종문님, 그리고 정식님입니다.
따비가 끝나고 헤어질 때 행색이 초라한 거사님 두 분이 뒤늦게 달려왔습니다.
떡과 바나나가 다 떨어져 할 수 없이 다음에 오시라고 말하고 있는데, 봉사대
거사님들이 자신이 받은 몫을 두 분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은산철벽이 미끄럽고 가파르지만, 이 역시 깨고나면 허망한 꿈이요,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지랑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