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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5월 22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05.22|조회수41 목록 댓글 0

이번 주는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녁 8시 가까이 을지로에 나가니 젊은 남녀들이 짝을 지어 청계천으로 갑니다.

개천 쪽으로 내려가면 위보다 온도가 2, 3 도 낮아 시원해서 데이트하기 좋다고 하네요.

젊은이들은 어깨를 펴고 힘차게 청계천쪽으로 걸어가고, 을지로 거사님들은

어깨가 쳐진 모습으로 굴다리 속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 한 쪽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오늘은 약 90여명의 거사님들이 오셨습니다. 봉사자가 없어 일 배분을

어떻게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한 젊은 거사가 천천히 걸어 왔습니다.

아마 오늘 봉사자가 없는 것을 아는 듯 했습니다. 이 젊은 거사는 술을 먹으면

나이든 거사와 싸우기도 하는 조금 거친 사람인데, 내가 떡 봉사를

맡아달라고 하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떡상자 앞에 섰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을지로 거사봉사대님들이 보살행을 했습니다.

떡은 그 젊은 거사가, 바나나는 종문거사님이, 커피는 저와 해룡거사님이,

굴다리 안 교통정리는 병순거사님이, 둥굴레차는 제영법사가 맡았습니다.

오늘 따라 둥굴레차를 찾는 거사님들이 많았습니다. 날이 더워 제영법사는

조만간 시원한 둥굴레차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오늘도 백설기떡 240쪽, 바나나 300개,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바나나는 낮에 운경행님이 세 개씩 묶어서 비닐봉지에 싸둔 것입니다.

오늘 온 바나나는 알맞게 익어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양손에 지팡이를 짚으며 걷는 스마일 거사님은 굴다리 앞에서 다리를

한참이나 주물렀습니다. 머리를 단정히 깍고, 옷차림도 깨끗했습니다.

지난 주 삼계탕 보시 때에 오지 않았던 스마일 거사님은, 이유를 묻자.

부처님 오신 날은 삼계탕을 주는 줄 알았으면서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따비를 끝내고 다같이 회향인사를 할 즈음, 그 젊은 거사가 어두운 구석

한 쪽에 앉아서 떡을 먹고 있었습니다. 같이 합장인사를 하자고 불렀더니

못 들은 척 그냥 떡을 먹고 있네요. 내가 애썼다고 인사를 하자, 그제야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쑥스러워하는 몸짓이 감추었던 순진한

속마음이 새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 청년을 본 지 벌써 7, 8년이니, 20대 초부터 길거리를 다녔음이 분명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영법사와 함께 이 청년의 힘들었을 지난 날을 생각하며,

부디 선한 인연을 만나기를 불보살님께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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