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을지로 따비

5월 29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05.29|조회수30 목록 댓글 0

오늘은 5월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따비준비를 마치고 제영법사와 운경행과

함께 저녁을 먹고, 시간이 남아 청계천 다리 아래로 내려가 산책을 했습니다.

바람도 그런대로 시원해서 사람들이 많이 나와 다녔습니다.

숲도 우거지고, 냇가에 큰 고기들이 노닐어 이제 청계천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심의 공원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자연을 가꾸는 일은 다름 아닌,

자연에게 공간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노자는 집을

잘 짓는 사람은 구부러진 나무도 자르지 않고 그대로 쓴다고 말했습니다.

 

황학교에서 앉아 꾸벅꾸벅 졸고 았는 청계보살은 우리가 다가가도 기척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통속에 돈을 넣자 우리가 돌아서기가 무섭게, 슬쩍

눈을 뜨고는 돈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지난 겨울 그 심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있는 모습이 고맙습니다.

 

오늘 을지로 따비에서는 크고 실한 토마토 250개, 백설기 250쪽, 그리고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모두 100여명에 가까운

거사님들이 오셨습니다. 스마일거사는 보이지 않네요.

오늘 봉사하신 분은 운경행님, 그리고 거사봉사대의 해룡님, 병순님,

종문거사님입니다. 따비를 하는 동안 시종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이제 날이 더워지면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는 거사님들이 나타나겠지요.

날이 더운 이유도 있겠지만, 한 편 생각하면, 그 분들의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슬픔이나 우울이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숙하는 형편에까지

이르게 된 사람들의 속을 우리가 어찌 다 짐작할 수 있을까요?

 

분노가 일어나고 서로 다투던 때를 돌아보면, 나 자신도 같이 분노에 묶여

있었던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같이 분노에 휘둘릴 때마다 나의 수행이

이토록 가벼웠나 하는 자책감도 들었고, 부끄럽지만 나 자신의 수행을

바닥에서 다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더위가 오면 힘든 사람은 짜증을 내기 더 쉽지요.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며 마음을 다집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