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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7월 24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07.24|조회수44 목록 댓글 0

전국이 찜통더위를 맞은 가운데 오늘 대구는 36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서울도 종일 더웠습니다. 낮에 이따금 가는 비가 살짝 지나쳤지만, 이내 다시 더워졌습니다.


낮에 사명당의집에서는 운경행님과 제영법사가 둥굴레차를 끓인 다음 다시 얼음으로 얼렸습니다. 그리고 토마토를 2개씩 포장 했습니다. 토마토를 한 개 꺼내서 먹어보니 맛도 좋고 크기도 실했습니다. 백설기도 맛이 좋았습니다. 둥굴레차도 너무 차지 않게 얼려져 마시기에 좋았습니다. 둥굴레차를 너무 차지 않게 하는 것은 속이 약한 거사님들이 많아 자못 배탈이 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저녁 8시 쯤이 되자 거사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굴다리안은 더웠지만, 오늘따라 거사님들은 조용했습니다. 거사님들 표정을 보니, 묵묵히 더위를 견디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오늘은 거사님들이 90여명 조금 넘게 오셨습니다. 토마토 210개, 백설기 250쪽, 냉둥굴레차와 커피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오늘은 회원 봉사자가 없어, 거사봉사대의 해룡님 병순님 그리고 종문거사님이 보살행을 맡아주셨습니다. 거사님들은 묵묵히 음식을 받았고, 여러분들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따비가 끝나고 청소를 마칠 무렵 한 보살님이 굴다리 안으로 바쁘게 걸어들어 왔습니다. 얼굴을 보자기로 가린 보살님은 나이가 들어 보이고 얌전해 보였습니다. 보살님은 조심스럽게 남은 음식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남은 것이 없어 어쩌나 하는데, 거사봉사대의 한 분인 종문 거사님이 뛰어가더니 자기 몫으로 받는 떡과 토마토를 그 보살님께 내놓았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늘 우리 따비에 와서 도와주시는 거사님이지만, 오늘따라 다시 보였습니다. 제영법사는 거사님이 처음 볼 때와 달리 얼굴이 많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새해가 되면 방안에 모여있는 이 식구들을 어떻게 먹여살리나 걱정해도, 년말이 되어 식구들이 모두 번듯하게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합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나면서 꾸준히 굴다리에 모여드는 거사님들을 볼 때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납니다. 먹고 자고 마시는 생명의 활동 속에는 빈부와 계층의 구별이 없으며 남녀노소의 분별이 없습니다. 어려운 환경을 만나도 끈질기게 이어가는 생명을 보며, 그 속의 '분별 없음(無念)'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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