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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10월 9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10.09|조회수51 목록 댓글 0

오늘 아침은 이번 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입니다. 아침 기온이 8도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지난 여름동안 피운 성성한 잎들을 다시 땅으로 돌려주겠지요.


오늘 오후 <사명당의집>에서 제영법사는 둥굴레 차를 끓이고, 운경행님은 바나나를 2개씩 포장했습니다. 오늘 바나나는 필리핀 산인데 크기가 작은 게 많았습니다. 제영법사와 함께 을지로에 도착하니 날은 벌써 어둡습니다. 이제 을지로에는 지난 여름과 달리 청계천으로 데이트 하는 남녀들이 훨씬 적게 눈에 띕니다. 자연의 섭리는 이처럼 말없는 가운데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쌀쌀한 날씨는 을지로 거사님들에게도 평등합니다. 거사님들도 대부분 옷을 두텁게 입었습니다.  


자연은 생명에게 평등하며, 우리의 생명 또한 자연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은 평등합니다. 다만 다른 것은 생명이 각자의 형편에 따라 그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 빈부와 차이와 계층의 차이도 대응하는 방식에 차별을 가져오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자연이 생명에게 끼치는 영향과 생명이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소통 그 자체는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은 참으로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옛 사람은 오동잎이 떨어지니 천하가 가을인 것을 안다고 했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그 근본은 하나입니다. 그러나 자연의 변화에 대해 인간이 스스로 만든 사회적 정치적 조건에 따라 달리 대응하는 현실에 우리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불공평과 불평등을 혼란으로 느끼는 자연적인 감각을 상실하게 된 것은 아닌지요. 


자연의 긴 역사에서 보면, 자연과 인생이 먼저요, 정치적 사회적 조건은 나중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생명에게 주어진 삶의 일회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묻지 않으면, 우리는 단지 이 큰 우주와 자연의 미아가 될 뿐입니다. 미아는 자연과 단절된 존재입니다. 단절 속에는 자연이 생명 속에 심어놓은 영적인 소통의 감각이 무디어집니다. 소통이 시들어지면 삶은 적막하고 기쁨은 사라집니다. 대신 인간은 물질적인 편의와 관념적인 쾌락으로 살아가지만, 영적인 단절은 생명을 무시하고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소외와 교만이 그것입니다. 인간의 영혼을 괴롭히는 이 고통마저 우리는 다시 외면하고 있습니다. 영혼이 앓고 있는 내면의 고통에 진지할 때, 우리는 미아가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자연의 한 부분을 깨닫는 것은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요, 본래의 자연적 영성을 되찾는 것입니다. 세상과 떨어져 자기를 볼 수 있는 여유와 조화의 행복은 영성을 회복한 자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오늘은 바나나 260개, 백설기 250쪽, 둥굴레차와 커피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추석 전에 박미자 보살님이 보내주신 겨울 옷 30여 점을 오늘 거사님과 보살님께 전했습니다. 평소에는 보살님들이 여럿 오셨는데, 오늘따라 보살님은  한 분입니다. 보살님은 겨울용 모자와 함께 여자용 옷을 3, 4점 가지고 가셨습니다. 거사님들도 여럿이 옷을 가지고 갔습니다. 박미자 보살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봉사하신 분은 을지로봉사단의 해룡님, 병순님 그리고 종문님입니다. 날이 추우니 따뜻한 커피와 둥굴레차를 많이 찾네요. 뜨끈뜨끈한 백설기도 을지로 거사님들에게 환영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고요한 가운데 보시를 회향했습니다. 쌀쌀한 날씨는 주고 받는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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