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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따비

10월 30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10.30|조회수35 목록 댓글 0

10월 마지막 일요일이니다. 아침 기온이 3도로 내려갔습니다. 날이 썰렁해서 사명당의집에서도 온열 선풍기를 틀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특히 우리가 보시하는 따뜻한 백설기와 커피와 둥굴레차가 진가를 발휘합니다.


오늘은 거사님들이 90여 분 오셨습니다. 대부분 두터운 외투나 파카를 입었고, 모자를 쓴 분도 많았습니다. 한 보살님은 털실모자를 푹 눌러 썼습니다. 오늘은 바나나 260개, 백설기 250쪽, 커피와 둥굴레차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를 위해 반찬 두 벌을 따로 준비해갔습니다. 바나나는 낮에 운경행님이 2개씩 포장을 했습니다. 오늘 보살행을 해 주신 분은 거사봉사대의 해룡님, 병순님, 종문님입니다.

 

둥굴레 차를 받아가는 한 거사님은 합장을 하며 두 번 세 번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관절이 안 좋은 한 거사님은 지난 번 보시한 지팡이가 부러져, 제영법사가 새 알루미늄 지팡이를 선물했습니다.

오늘은 거사님 두 분이 제영법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본 지 오래된 한 젊은 거사는 조금 거친 사람입니다. 둥굴레 차를 받으며, 자기는 아직 시원한 둥굴레차가 좋다고 떼를 썼습니다. 주위에서 날이 추우니 이제는 따뜻한 차가 필요하다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제영법사가 웃으며, 다음에는 특별히 얼음이 꽁꽁 언 둥굴레차 한 병을 따로 준비해오겠다고 하니, 그만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갔습니다.

한 편,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 한 중년의 거사는 긴 줄에 서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윤회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약간 술기가 든 목소리입니다. 제영법사가 따비를 진행하느라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못했습니다만, 오늘 말을 건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라 느낌이 특별했습니다.


젊은 거사는 마치 동생이 형에게 투정을 부리는 듯 했고, 자전거 거사는 우리가 불교단체인 것을 잘 안다고 남에게 약간 과시하는 듯했습니다. 모두 정이 그리운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늘이 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이 귀한 마음이 이제는 바쁘다는 이유로 점차 외면을 당하고 있습니다. 가는 정이 오지 않으면, 사람에 대한 절망감도 따라서 깊어 집니다. 이해를 따지는 마음이 강해 보이지만, 바보같이 자연을 따르는 약한 마음이 강한 것을 이깁니다. 노자는 일찍이 천하에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막상 그렇게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탄식했습니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은, 천하에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건만, 아무도 행하는 사람이 없다. (노자도덕경 78장)


따비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영법사와 오늘 두 거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제영법사에게 사람들이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모두 제영법사의 도력이 높은 덕이라고 말했습니다. 도가 높은 사람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법이지요.^^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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