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그제가 입추여서인지 오늘은 바람이 서늘합니다.
아침에 본 하늘은 훌쩍 높아 보입니다.
이제 여름도 그 성한 기세가 꺾일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당당한 청년 수행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출가 후 6년,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나이는 35살입니다.
초기경전을 읽다보면, 주변 인물이 전해주는 부처님의 모습은 소박하지만 당당합니다.
석가족 출신 청년 수행자 고따마를 만난 사람은 당시 대국인 마가다 국의 왕 빔비싸라였습니다.
왕은 젊은 수행자를 보고 그 태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깨닫고,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저 사람을 보라. 아름답고 건장하고 청정하고, 걸음걸이도 우아할 뿐 아니라
멍에의 길이만큼 앞만을 본다. 눈을 아래로 뜨고 새김을 확립하고 있다.
그는 천한 가문 출신이 결코 아니다. 사신들이여, 그를 쫓아가라.
저 수행승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 만납니다. 젊은 수행자를 본 왕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빔비싸라 왕] ‘당신은 아직 어리고 젊습니다. 첫 싹이 트고 있는 청년입니다.
용모가 수려하니 고귀한 왕족 태생인 것 같습니다. 코끼리의 무리가 시중드는
위풍당당한 군대를 정렬하여 당신께 선물을 드리니 받으십시오.
묻건대, 당신의 태생을 말해 주십시오.’
[세존] ‘왕이여, 저쪽 히말라야 중턱에 한 국가가 있습니다.
꼬쌀라 국의 주민으로 재력과 용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씨족은 ‘아딧짜(태양의 후예)’라 하고, 종족은 ‘싸끼야(석가)’라 합니다.
그런 가문에서 감각적 욕망을 구하지 않고, 왕이여, 나는 출가한 것입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재난을 살피고,
그것에서 벗어남을 안온(평안)으로 보고 나는 정진하고자 합니다.
내 마음은 이것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 출가의 경 - 숫타니파타 제3장, 큰 법문의 품, 1. (전재성 역)
부처님은 빔비싸라 왕에게 자신은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위험(재난)을 보고 출가하였으며,
그것에서 벗어난 마음의 평안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부처님이 말하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부와 명예 등 소유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뜻합니다.
저는 위 <출가의 경>을 읽으면서 두 가지 경이로운 점을 떠올렸습니다.
부처님은 탐욕과 분노와 폭력 등 세상의 고통의 원인을 찾았고, 마침내 감각적 쾌락의 욕망과 집착을 이해했습니다.
당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전생의 숙명이나 초자연적 자아 등의 관념을 버리고,
세상의 고통을 원인과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본 것입니다.
2,500년 전 35살 청년에 대해 저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느낍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부처님이 세운 교단의 성격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 수행자는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신이나 전생의 숙명, 또는 하늘의
여러 신들에게 의지하지 않게 됩니다. 부처님은 주문을 외워 복을 빌거나, 제사를 지내 전쟁의 승리를
빌어주던 당시의 브라만 종교가들을 비판했고, 갠지스 강가에서 목욕을 하거나, 불을 피우는 수행자들을
헛된 짓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불교는 오늘 우리가 현실에서 익히 보는
불교와도 거리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 길입니다.
수행자가 신통력을 갖추면 추종자가 줄을 있습니다. 교주는 추종자들에게 부와 명예를 약속하고,
자신은 부를 모읍니다. 여기에 추종자와 수행자의 유혹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지혜가 높은 싸리붓따(사리불)는 자신의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내가 스승의 가르침을 들은 것은 헛되지 않았다. 나는 속박을 끊고 번뇌에서 벗어났다.
실로 내가 얻고자 바랬던 것은 전생에 대한 지식도 아니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도 더욱 아니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초능력도 아니고,
죽은 후에 다시 어느 곳에 태어났는지를 아는 지식도 아니며,
보통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초능력에도 있지 않았다.
수행자는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하며, 말할 때에 절제하며, 자만을 버려,
바람이 나뭇잎을 날리듯 악한 성품을 걷어낸다.
나는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삶을 바라지도 않는다.
죽을 때도 주의깊고 깨어있는 의식으로 이 몸을 버리리라.
- 장로비구의 시(테라가타), 싸리붓따 편, K.R. Norman 영역, PTS, 996-1006 요약)
여운 김광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