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추석 잘 쇠셨습니까?
저도 추석 날 저녁에 산책하면서 보름달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올 추석은 달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찍는 이도 있었습니다.
환한 달빛 속에는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맑음이 느껴집니다. 오관을 통해 만나는 자연과 인간의
접촉 속에는 생각이 다다를 수 없는 심오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피상적이고
소란한 일이 많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산물이건만, 맑음과 심오함을 잃어가는 까닭이 무엇인지요.
세월호 사건의 공판이 진행되면서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이 배를 버리고 탈출하면서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마셨다든가,
해경이 다가간 것은 승무원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등 이 모든 현실 뒤에는 배 안에서
구조되기를 기다리던 어린 학생들 수백 명이 그들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참담한 현실입니다.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는 군부대의 폭력사건 또한 폭력과 무자비가
우리 사회의 큰 어두운 뿌리인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 뉴스에서 한 젊은 병사가 늦은 밤 창고에서 자살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나중에 온 몸에 멍 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서 청년의 누나가
올린 글에는, 동생은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 잘 자란 정상적인 청년이라고 합니다.
가족들은 동생이 관심병사였다는 군부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폭력과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무자비함은 외면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피로감이 사람에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책에 대한 공감이 없이 피로감과 경제위기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덮어두면 좌절과 불신이 우리사회를 괴롭힐 것입니다.
노자(老子)는 사람들이 지름길을 좋아한다고 탄식했습니다. 논둑길처럼 구불구불
길게 돌아가는 길이 대도입니다. (大道甚夷 而民好徑, 도덕경 53장)
부처님은 감각적 쾌락에 대한 집착, 증오, 폭력은 인간의 뿌리 깊은 세 가지 장애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한적한 곳에서 마음을 쉬며, 생로병사를 관찰하라고 했습니다.
우리 존재를 구성하는 오온(물질 느낌 지각 형성 의식: 色受想行識)과 그 생성과 소멸을 보면,
싸움을 그치게 된다고 가르쳤으니, 부처님은 생로병사의 무상(無常)을 성찰해야,
함부로 빼앗고 죽이는 어리석음을 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존재의 다발(오온)과 생성과 소멸을
누구든지 철저히 알면,
그는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다.
그것이 진실을 인지하는 자의 감로수이다. (법구경 제25-15 게송)
고따마(부처)의 제자들은
항상 잘 깨어 있어
밤이나 낮이나 언제나
그의 마음은 폭력의 여읨을 기뻐한다. (법구경 21-11게송 전재성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