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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편지

작은손길(사명당의집) 2월 활동보고를 드리며,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3.06|조회수43 목록 댓글 0

회원님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오늘 아침 출근길은 다소 쌀쌀하지만 화창한 날씨입니다.

어제는 흐린 날에다 비가 간간이 내렸고, 그저께는 황사로 앞이 흐렸습니다.

며칠 전에는 눈도 뿌렸지요. 봄 날씨는 이처럼 변덕이 심합니다.

이제 한 두 차례 꽃샘추위가 오고, 눈도 내리지 않을까요?

그래도 오는 봄을 막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을지로 거사님들에게도 봄은 가까이 왔습니다.

겨울에는 말을 자제할 정도로 얼굴을 움츠리더니, 이제는 인사소리가

씩씩합니다. 한 거사님에게 추울 때 어떻게 견디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추운가 보다 - ' 하며 지낸다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그 말 속에 혼자서 추위를 견디는 사람의 자조와 쓸쓸함이 전해졌습니다.

 

겨울을 견뎌낸 을지로 거사님들을 보며, 생명의 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질긴 목숨을 붙잡고 살아낸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생명은 참 모집니다. 먹고 입고 자는 그 모든 일을 요구하는 생명에는

타협이 없습니다. 생명은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고통을 줍니다. 그 어떤 불평등과 사회적 무관심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자비심이 사라지고 인색할수록, 생명은 좌절과 슬픔, 분노로

고통을 사회에 돌려줍니다.

 
최근 세상을 놀라게 한 총기사고가 두 건이나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그 중에도 칠순의 노인이 팔순의 형 부부를 살해한 사건은 세상의 탄식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재물과 명리에 대한 갈등이 갈수록

흉폭해지고 있습니다. 생명은 사람을 지탱시키는 힘이지만,

또 한편 이처럼 명예와 재물에 대한 환상과 미망을 일으킵니다.

부처님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은 생명을 지닌 인간이 겪어야 하는

큰 고통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아난다(아난) 존자는 부처님을 오래동안 가까이 모셨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 제자이자, 같은 석가족

사촌동생입니다. 당연히 아난존자는 팔십에 가까운 부처님이

장차 임종하면 부처님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마음의 평화를 얻기위해서는 명리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버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난은 마음의 해탈을 얻은 사람에게도 장애가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부처님은 나이 육십이 다 된, 평생 청정한 수행으로 존경받는 아난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아난다여,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해탈을 성취한 자에게도

이득과 환대와 명성은 장애라고 나는 말한다.

이처럼 이득과 환대와 명성은 두렵고 자극적이고

거친 것으로 위없는 평화를 얻는데 장애가 된다." 

-  쌍윳따니까야, 제17쌍윳따 <이득과 환대의 경>

 

을지로에서 봄을 맞으며 생명의 힘과 그 무명(無明)에 대해,

그리고 수행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운 - 201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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