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작은손길] 편지

8월 회계보고를 드리며,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3.11.04|조회수21 목록 댓글 0

회원님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올 가을에는 꼭 설악산 단풍구경을 가야지 하고 속으로 여러 번 마음을 먹었는데,

지난주에야 집사람과 겨우 퇴촌을 드라이브하며 늦은 단풍을 보았습니다.

어제 뉴스를 들으니 단풍이 벌써 남쪽까지 내려갔네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저만 빠른가 하여 주위 젊은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들도 참 빠르다고 하네요.

 

우리의 삶이 너무 분주한 것은 아닌지요? 차분하게 내 삶의 실상을 돌아볼 여유도 없고,

게다가 내 삶의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똑바로 볼만한 지성을 갖추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옛 사람은 그래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살았던 경험이 깊어 그 힘으로 명리에 찌들린 삶을 

비판할 수 있었는데, 오늘 우리 자신은 그런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내 삶을 비판한다고 해도

다분히 추상적인 결론에 그치는 일이 많습니다. 

 

자연은 비록 예측불가능한 일도 일어나지만, 남을 해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노자(老子)는 백성은 사람을 죽이는 법이나 왕은 미워하지만, 죽음을 주는 자연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에서 살면 마음이 안정이 됩니다. 남의 눈이나 비난을 두려워 하는 자의식이 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자연과 벗하며 살아야지 하는 희망은 늘 마음 한구석에 있지만,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내 속에 있는지 생각하면 썩 자신이 없습니다. 

다음은 제가 좋아하는 도연명의 시(잡시)입니다.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오두막 짓고 사람들 틈에 살아도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수레나 말 오가는 소리가 없다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그대여, 어찌 그럴 수 있소?' 하고 묻는다면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은 저절로 외지게 된다고 말하겠소.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며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한가롭게 남쪽 산을 바라보니,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색깔이 어여쁘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나는 새는 나란히 둥지로 돌아오는구려. 

此間有眞意 차간유진의     이 가운데 참다운 뜻이 있으니

欲辯已忘言 욕변이망언     입 열고자 하여도 이미 말을 잊었소.

(저의 번역입니다.)

 

도연명의 시처럼 과연 내가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며 한가롭게 남산을 바라볼 수 있을지,,,,

도홍경(452-536)은 중국 남조(南朝)의 양(梁)나라 시대, 의학자이면서도 유불도에 깊었던 사람입니다.

임금(무제)이 불러도 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마침내 무제는 도홍경에게 산속에 무엇이 있길래 

오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도홍경은 임금에게 자신의 뜻을 이렇게 시로 전했습니다.

 

山中何所有 (산중하소유)   산속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지요?  

嶺上多白雲 (영상다백운)   산 마루에 흰구름이 많답니다

只可自怡悅 (지가자이열)   다만 나홀로 구름을 보며 즐길지언정

不堪持贈君 (부감지증군)   임금께 보내드릴 수는 없다오

 

자연과 교감하는 도홍경의 든든한 지성이 부럽기만 합니다.  

자연과의 교감에 익숙하지 않는 나의 지성은 아직 자연의 평화를 충분히 경험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부족한 부분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 작은손길은 무주상보시를 통하여 긴장과 불신을 떨어내고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큰 평화를 생각하면, 아직 우리의 평화는 반딧불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