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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편지

작은손길(사명당의집) 6월 활동보고를 드리며,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7.09|조회수33 목록 댓글 1

회원여러분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이제 메르스 사태도 조금씩 진정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중동지역에서 일어난 독감이

풍토가 다른 한국에서 이렇게 큰 풍파를 일으킬 줄 짐작하지 못하였습니다.  

 

1) 우리 작은손길이 처음 활동을 시작한지 어느덧 12년이 지났습니다만, 추석이나 음력설을

제외하고 유행성 전염병으로 쉬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를 당해서는

처음으로 지난 6월 8부터 21일까지, 두 주를 쉬었습니다. 다른 봉사단체가 쉬는 까닭도 있었지만,

을지로 거사님들 중 많은 분들이 노령이라 메르스가 혹시라도 전염될까 걱정이 되어서 입니다.

 

쉬는 동안 사무국장 제영법사는 자주 을지로에 나가 형편을 살폈습니다. 20- 30여명의

노숙자들이 을지로 입구 지하도에 그냥 무료하게 앉아 있었고, 그 중에는 저녁을 거른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제영법사는 급히 인근 빵집에 가서 요기할 만한 것을 사다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메르스가 조금 진정이 되는 기미가 보여 6월 24일부터 반찬봉사와 을지로 따비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전염병이 돌면 환자나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들이 힘든 시기를 지내지만,

사는 것이 어려운 이웃에게도 고통의 시간입니다.

 

 2) 또 다른 전해드릴 소식은 사진예술반 활동입니다. 탈북학생들로 구성된 사진반은 시작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중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6, 7명의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거의 나오지 못합니다.

최근 우리 사진반 대학생이 친구 세 명을 데리고 왔는데, 이들도 아르바이트를 빠지고 나오느라

여러 번 망설였다고 합니다. 이들의 형편을 생각한 끝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사진예술반 활동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보조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편의는 교회에서는 이미

새터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종교적 포교와 우리의 입장은 다르지요)

 

우리가 탈북학생들에게 작지만 조건없이 사진,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익히도록 권하는 것은 

이들이 예술적 감성을 길러 사회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좀 더 유연하게 적응하고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저는 지난 6, 7년간 우리 사진반 활동을 통해 우리의 바램이

한 걸음씩 실현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3) [법과 등불] 경전공부모임에서 현재 공부하는 경전은 <숫타니파타>입니다.

숫타니파타는 경전 중에서도 매우 고층에 속하여, 초기불교의 모습을 잘 전해줍니다. 그 중에서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날라까의 경>에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부처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날라까가 수행자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묻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대에게 성자들의 삶에 관해 알려 주겠소. 그것은 성취하기 어렵고 도달하기 힘든 것입니다.

      마을에서 거친 욕을 먹든지 예배를 받든지 한결 같은 태도로 대하고, 정신의 혼란을 수습하여

고요히 하고, 교만을 떨쳐버리고 유행하십시오.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 있는 것에 대해 적대하지 말고, 애착하지도 마십시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들도 그렇고, 그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그러하니, 스스로 자신과 비교하여

그들을 죽여서도 죽이게 해서도 안 됩니다.  
배를 가득 채우지 말고 음식을 절제하고, 욕심을 적게 하고 탐욕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욕망이 없어지고 버려져서, 욕망을 여읜 것이 적멸입니다.

성자의 삶을 사는 자는 탁발을 하고 나서, 나무 아래로 가까이 가서 자리를 잡고, 숲 속의

빈터에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홀로 앉아 명상을 닦고 수행자로서의 수행을 배우십시오.

홀로 있는데서 기쁨을 찾으십시오. 홀로 있는 것이 해탈의 길이라 불립니다.

작은 여울들은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큰 강물은 소리 없이 흐릅니다.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합니다.

 (숫타니파타, 큰 법문의 품, <날라까의 경> 전재성 역)

 

부처님의 법문은 참 진솔합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읽다보면 마치 그림처럼 그 분의 삶이

눈에 선히 보이는 듯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갑자기 마음에 걸리는 구절은

"홀로 앉아 명상을 하고, 홀로 있는 데서 기쁨을 찾으라."는 가르침입니다. 

수행이 가슴 두근거리는 기쁨을 주던 때가 언제였는지 생각하다, 문득 가장 기본이 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뉘우침이 일어났습니다.

(2015. 7월 8일,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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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碧眼 김경숙 | 작성시간 15.07.10 나무석가모니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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