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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편지

작은손길(사명당의집) 7월 활동보고를 드리며,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08.07|조회수25 목록 댓글 0

8월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회원님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7월 말과 8월 초는 여름휴가가 몰리는 때입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오늘 출근하면서 보니 지하 주차장에 여느 때보다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적이 있었듯이, 청계천 다리에는 여성 노숙자 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쯤 보이는 이 보살은 오가는 행인을 외면하고 말없이 앉아 있는데, 때로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자주 취해 있습니다. 옆에는 종이로 만든 동냥 통이 놓여 있습니다.

등 뒤에 세워놓은 짐 보따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는 것으로 보아 성격은 깔끔해 보였습니다.

 

그동안 몇 번 마주치다가 그냥 지나치기가 뭣하여 사무국장 제영법사와 제가 교대로

천 원씩 보시하기로 했습니다. 수요일이나 일요일 저녁, 주로 제가 사명당의집에 갈 때마다

그 보살을 찾아갔습니다. 이제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서서히 얼굴이 익으면, 우리가

만든 반찬이나 떡과 과일을 정기적으로 보시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도 제영법사와 저녁을 먹고 오는 길에 청계보살에게 천 원을 보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보살님은 알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 돈을 제영법사에게

홱 던졌습니다. 돈을 받기 싫다는 의사가 분명하였습니다. 제영법사는 짐짓 못 본 것처럼

걸음을 돌렸지만, 우리에게는 몹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조금 떨어져 지켜보던 저에게는 문득 그 보살님이 길에 나앉을 때까지 겪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가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이 노숙자로 무너지며 겪는 고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세상에 대한 불신과 미움입니다.

그 보살님도 그동안 무심히 돈을 받았다가, 어느 순간 천 원씩 주는 사람이 같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그 돈에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여

본능적으로 우리를 경계한 것은 아닐까요?

 

사람의 신뢰가 하루아침에 얻어질 수야 없지만, 받는 사람이 경계나 두려움이 없이

보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시하는 사람이 스스로 인내와 고요한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의도를 가지고 자선을 행하다 끝끝내 평정을 지킬 수

없는 사례를 여럿 보았습니다.

 

부처님은 네 가지 헤아릴 수 없는 마음(四無量心)을 닦으라고 말씀했습니다.

자비(慈)를 베풀고, 슬픔(悲)과 기쁨(喜)을 같이 하더라도, 마음은 평정(捨)을 지켜야

나와 이웃이 모두 해탈과 깨달음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무심하게 다가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만, 상처가 깊은 세상에서는 참 쉽지 않습니다.

청계보살님이 혹 우리 때문에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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