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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편지

작은손길(사명당의집) 11월 활동보고를 드리며,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5.12.10|조회수51 목록 댓글 0

회원님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1) 지난 12월 2일 수요일 반찬봉사날에는 조금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반찬을 다 만들고는 봉사자 중 가장 연세가 많은 정광명 보살님이 일행에게 수줍은 듯, 할 말이 있다고 하여 모두 귀를 기울였는데요. 이제 나이도 있고 하여 활동을 마무리 하려 하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봉사자 일행과 제영법사는 모두 보살님을 안아드리며 '그 동안 수고 많이 하셨어요,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광명 보살님은 제가 알기로는 올해 연세가 70세 중반쯤 되셨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보살님은 종로3가 길거리노인 차봉사, 을지로 노숙자 급식봉사, 그리고 수요일 독거노인 반찬봉사를 헌신적으로 해오셨습니다. 특히 종로3가 지하도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보시했던 차 봉사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나오셨습니다. 보살님은 같은 연배의 노인들에게 깊은 연민을 보여주셨지요. 어느 한 여름 비가 쏟아지는 날, 비를 피해 종로3가 지하도에 구름처럼 모여드는 노인들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차 봉사를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10여년 전 제가 처음 보살님을 뵈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하루는 신설동 <사명당의집>에 혼자 앉아 있는데, 연세가 들어 보이는 한 보살님이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오셨습니다. 우리 활동을 물으시고는 앞으로 자주 나오겠다고 하면서 5만원이 든 봉투를 주셨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받았지만, 처음 보는 분이라 받기가 민망하였습니다. 제가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물어도 그냥 인터넷으로 우연히 알고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알고 보니, 보살님은 제 집사람과 같은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료교사의 어머니셨네요. 딸에게서 우리 작은손길 이야기를 듣고는 직접 찾아오신 것입니다. 보살님의 따님인 그 교사도 우리 작은손길 회원입니다. 제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말씀을 드리자, 보살님은 그냥 빙긋이 웃기만 하셨습니다. 제가 혹 부담을 느낄까봐 말씀을 하지 않으셨던 것이지요.

 

정광명 보살님은 늘 남보다 일찍 나오셨고, 봉사를 마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 보살님을 생각하면, 부처님이 말한 <큰 강물은 소리없이 흐른다.>는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노자도 <수레를 잘 모는 자는 길에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지요. 보살님의 겸손과 자애로운 미소는 우리들에게 참다운 보살의 모습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특히 저처럼 알음알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큰 가르침이 되어 주셨습니다. 보살님께 이 자리를 빌려 큰 절을 올립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길 바랍니다. 

 

 

2) 이제 올해도 다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도 을지로 노숙자 급식봉사, 신설동 독거노인 반찬봉사, 탈북학생들을 위한 사진예술반 교실, 그리고 주위 몇 단체에 쌀을 보시하는 일 등 모두 큰 차질없이 잘 회향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초기경전 공부모임 <법과 등불>도 시작하였습니다. 이 모두 묵묵히 후원해주시고 자원봉사를 해 주신 회원님들 덕분입니다. 우리가 봉사하는 중에 받는 을지로 노숙자, 독거노인, 사진반학생들과 우리 쌀을 받는 삼양동아동센터와 원각당 여러 분들의 감사의 인사를 모두 회원님들께 회향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회원님들의 가정에 부처님의 자비가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 작은손길(사명당의집) 대표 여운 김광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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