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저는 지난 일요일 낮에 집 근처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날이 온화하여 얼마 걷지 않아 등에 땀이 났습니다. 저녁에 을지로에 나가도 찬바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을지로 거사님들도 이제는 어깨를 움츠리는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표정들이 한결 여유 있어 보이고, 인사하는 목소리가 굴다리 안을 청명하게 울립니다.
어느 누가 이처럼 단박에 사람을 온화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계절이 주는 축복을 생각하면 자연은 참 위대합니다. 사람들은 봄의 온화함에 두려움 없이 몸을 맡기고, 가을단풍에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자연이 짓는 모든 활동은 늘 무심하여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을 잘 아는 까닭입니다.
요즘 작은손길 [법과 등불]모임에서 공부하는 경은 <자애의 경>입니다. <자애의 경>은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자애를 실천하는 길을 설법한 경입니다. 특히 탁발하러 신도의 집을 방문했을 때, 먹는 욕심을 줄여 남이 공양하기 편하게 처신해야 곧 자비라는 설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설사 사람들이 섭섭하게 대하더라고 그들에게 고통이 오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말씀했습니다. 다음 구절은 <자애의 경> 가운데서도 불자들이 즐겨 외우는 구절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지 말고 헐뜯지도 말지니, 어디서든지 누구든지, 분노 때문이든 증오 때문이든 서로에게 고통을 바라지 말라.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들을 목숨 바쳐 구하듯, 이와 같이 모든 님들을 위하여 자애로운, 한량없는 마음을 닦으라. 그리하여 일체의 세계에 대하여 높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넓은 곳으로 장애 없이, 원한 없이, 적의 없이, 자애로운, 한량없는 마음을 닦으라.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두려움과 분노에서 벗어나도록 자애로운 마음을 기르는 자비관 수행을 강조했습니다. 자애관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 중 제가 오래도록 기억하는 자애관은 인도 출신의 아차르야 붓다락키타 스님(1922 - 2013)의 수행법입니다. 세계적인 명상가로 알려진 스님은 인도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2차대전에 참전한 뒤, 진리와 자유를 얻기위해 1948년에 출가했습니다. 다음은 스님의 자애관법입니다.
1) 선방이나 조용한 방, 공원 기타 어디든지 혼자서 고요히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편안한 자세로 정좌한다. 눈을 감고 '자비'를 몇 번 되풀이하여 발음하며 마음속으로 그 뜻을 떠올린다. 증오 원한 증오 성냄 자만 교만과 반대이며, 남들의 행복과 안녕을 증진시키는 선의, 동정, 친절 등과 같은 심원한 감정인 사랑을 떠 올린다.
2) 그런 다음, 행복감으로 빛나는 자기 자신의 환한 얼굴을 눈앞에 그려본다. 거울을 볼 때마다 행복한 기분을 지어보고, 명상하는 동안에도 줄곧 그런 기분에 잠겨본다. 행복한 기분에 잠긴 자기 모습을 눈앞에 그린 다음, "내가 적의에서 벗어나고, 고통에서 벗어나고, 번뇌에서 벗어나지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지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득 채운다. 이처럼 긍정적인 사랑의 염력으로 스스로를 가득 채우면 그대는 마침내 물이 가득찬 그릇과 같이 될 것이며, 이제 그 내용물을 사방으로 넘쳐 보낼 준비가 된 것이다.
3) 다음으로는 명상을 지도해주는 스승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린다.
만일 스승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생존해 계신 다른 스승이나 존경하는 어른을 떠올린다. 행복한 기분의 그 분을 그려보며, 위에서와 똑같은 생각을 투사한다. "스승께서 적의에서 벗어나고, 고통에서 벗어나고, 번뇌에서 벗어나지이다. 그 분께서 행복하게 사시기를!"
4) 다음으로는 그 밖에 훌륭한 웃어른들을 떠올리고, 마지막에는 가족과 이웃을 떠올리며 같은 방식으로 자비의 념을 열심히 펼쳐 보낸다. 이 때 눈앞에 떠올린 모습은 선명해야 하며, 자비의 념을 보내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눈앞에 그려 나가면서 자비의 광선을 가득히 비추어 그들을 감싼다. 싫어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는 각 대상에 대해 "나는 그에게 아무 적대감이 없다. 그도 나에게 적대감이 없기를, 그가 행복하기를!"하고 마음속으로 반복한다.
스승이나 존경하는 어른을 먼저 떠올리고 나중에 가족을 떠올리는 것은, 훌륭한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먼저 그리는 것이 가족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가족에 대해 서로 애증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몇몇 모임에서 자비관을 함께 해본 경험으로는, 실제 나이 들수록 가족(특히 남편)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붓다락키타 스님은 자비의 념은 강력한 염력이며, 그것은 의지한 바를 현실화 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