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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편지

작은손길(사명당의집) 2016년 7월 활동보고를 드리며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08.08|조회수776 목록 댓글 0

회원여러분, 매일 몰아치는 폭염 속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는 지난 토요일 저녁 집사람과 함께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를 보러, 강변 테크노마트에 갔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지하 주차장의 실내온도가 37도였습니다. 주차장이 마치 사우나탕 같았습니다. 낮 기온이 32, 33도 오르내리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입추인데 아직 더위는 물러갈 기색이 안 보입니다. 하도 더우니 조금 더 기다려 폭염의 기세가 어떻게 꺾이는지 꼭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간략하게 8, 9월 행사를 알려드립니다.


1) 지난 8월 2일에는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에서 주지스님이 종무실장님과 함께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쌀 300킬로를 보시해주셨습니다. 백중날 신도들이 보시한 쌀입니다. 바로 다음 날, 벽안님의 제안에 따라, 이 중 일부(200 킬로그램)를 상계동 독거노인들에게 전했습니다. 연말 연시에는 독거노인들에게 여러 물품이 답지되지만, 연중에는 이렇게 보내주는 데가 없어 귀한 선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찌는 날씨에도 쌀을 직접 운반해주신 벽안님과 부군에게 감사드리고, 아울러 어려운 독거노인 가정을 골라 직접 나누는 일을 맡아준 상계동 통장님께 감사드립니다.

2) 9월 11일에는 2학기 사진예술반 학생들의 장학회가 있습니다. 각현 거사님이 집안의 경사(아들 혼사)로, 그리고 법연성님이 백중을 기념하며 장학금을 보시해 주셨습니다.

3) 9월 11일 일요일 을지로 따비에서는 삼계탕 보시가 있을 예정입니다. 벽안님이 손녀를 보았는데요. 아기 백일이 9월 12일이라, 가족들이 모여 대중공양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지난 7월 24일(일) 을지로 따비에 올린 글인데, 보고서 서두에 올리기 위해 조금 더 보충했습니다.  

 


전국이 찜통더위를 맞은 가운데 오늘 대구는 36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서울도 종일 더웠습니다. 낮에 이따금 가는 비가 살짝 지나쳤지만, 이내 다시 더워졌습니다. 낮에 사명당의집에서는 운경행님이 토마토를 일일이 닦아 2개씩 포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영법사는 둥굴레 차를 끓인 다음 다시 얼음으로 얼렸습니다. 둥굴레 차는 너무 차지 않게 얼려야 합니다. 속이 약한 거사님들이 많아 자못 배탈이 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저녁 8시 쯤 되자 거사님들이 굴다리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거사님들 표정을 보니, 묵묵히 더위를 견디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등에는 하나같이 배낭을 지고 있어 더욱 더워 보입니다. 오늘은 거사님들이 90여명 조금 넘게 오셨습니다. 토마토 210개, 백설기 250쪽, 냉둥굴레차와 커피 각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거사님 여러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더운 날씨라 몸과 마음이 다 늘어지는데도, 인사를 하는 거사님들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보시가 다 끝나고 청소를 마칠 무렵 한 보살님이 굴다리 안으로 바쁘게 걸어들어 왔습니다. 얼굴을 보자기로 가린 보살님은 나이가 들어 보이고 얌전해 보였습니다. 보살님은 조심스럽게 남은 음식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남은 것이 없어 민망했는데, 거사봉사대의 한 분인 종문님이 뛰어가더니 자기 몫으로 받는 떡과 토마토를 그 보살님께 내놓았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늘 우리 행사에 와서 봉사를 하는 거사님이지만, 오늘따라 다시 보였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새해가 되면 방안에 둘러 앉아 있는 식구들을 보며, 어떻게 이 식구들을 다 먹이고 입히나 걱정해도, 연말이 되면 모두 번듯하게 살아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합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견디며 굴다리에 모여드는 거사님들을 볼 때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납니다. 먹고 자고 마시는 생명의 활동 속에는 빈부와 계층의 구별이 없으며 남녀노소의 분별이 없습니다. 그 속은 참으로 무념(無念)입니다.

 

생명이 요구하는 것은, 장자(莊子)의 말대로, 다만 하루 한 됫박의 쌀과 누워서 잠들면 그만인 작은 잠자리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생명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자연의 명령입니다. 차별과 외면, 인색함 등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거사님들을 보며, 저항할 수 없는 생명의 요구와  그 속의 '무념(無念)'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생명은 바라다보면 볼수록 그 속은 참 깊고 깊은 심연입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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