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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편지

작은손길(사명당의집) 2016년 9월 활동보고 (서문)

작성자여운 김광하|작성시간16.10.10|조회수94 목록 댓글 0

회원여러분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어제부터는 제법 쌀쌀한 가을을 느끼는 날씨입니다. 아침기온이 8도입니다. 추석이 되어도 여름옷을 계속 입는 것이 어색했는데, 이제 조금 두꺼운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무도 점점 잎이 말라가고 색깔이 조금씩 물들고 있습니다. 날이 더 추워지면 여름 내내 만들어 낸 무성한 잎을 땅으로 돌려주겠지요.  

 

 

1) 지난 10월 1일과 2일에는 <사명당의집>에서 우리 작은손길 사진예술반에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언론인권선터에서 우리 학생들을 위해 미디어캠프를 열어준 것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에 의해 피해를 받는 개인을 돕는 시민단체(엔지오)입니다. 사무국장인 윤여진님은 초창기 우리 작은손길에 활동하신 분이라 이 인연으로 이번 행사가 이루어 졌습니다. 1박2일 과정인 이 캠프에 우리 학생들은 9명인데, 오신 강사 선생님이 9분입니다. 선생님들은 미디어에 대해 전문적이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학생들은 특히 새터민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윤여진 선생님을 비롯한 몇 분과 우리 회원 운경행 홍인숙님이 학생들과 함께 자면서 저녁식사와 밤참, 그리고 아침까지 준비해주셨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바베큐 파티에 쓸 고기와 수료식 파티에 먹을 피자까지 보시해주신 윤여진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소감을 여기에 옮깁니다.

 

( 미디어 교육을 마치고 )

많은 시간을 미디어와 보내는 현재, 가장 필요한 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러한 교육이 많이 이루어 지지 않아 특별했습니다. 미디어라고 해서 뉴스만 다루지 않고 성, 뉴스, 간접광고 등 미디어를 여러가지 세부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현실감이 높았으며, 재미도 있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소비뿐만 아니라 직접 창작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직접 만들면서 미디어의 소비자가 아님 제공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경험을 통해 미디어를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김송희)

첫 날 부터 참가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우리들의 힘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처음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했다는 것에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 땐 첫 날부터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진주)

너무 즐거운 캠프였습니다. 미디어 속에서의 방관을 주로 해왔다면, 앞으로는 주체가 되어서 미디어를 적극 할용하고 싶습니다. (김여명)

마음이 가득해지고 가는 것 같습니다. (조원장)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업을 이번 기회에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수업자체가 재미있게 진행되어서 지루하지 않은 재미있는 수업을 한 것 같아요. 미디어에 대해 조금이나마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김주명)

미디어에 대해 잘 배우게 되어서 좋았고, UCC는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미디어캠프 때 만들면서 한층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주희)  

 

 

2) 제가 자주 읽는 책 중에 조주선사어록이 있습니다. 스님은 선불교의 여러 조사 가운데 참으로 특출한 분입니다. 그 분의 가르침은 선을 공부하는 수행자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예 하나를 소개합니다. 

 

 

한 학인 스님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선의 궁극적인 핵심을 알고 싶습니다."

"아침은 먹었는가?"

"예, 먹었습니다."

"그럼 발우는 씻었겠지?"

그 스님은 이 말에 깨달음이 있었다.

 

 

조주선사의 어록 중에 관심을 끄는 것은 당시 대부벼슬을 하던 마대부와의 대화입니다.  

 

마 대부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수행을 하십니까?”
조주선사가 대답했다.
“제가 만약 수행을 한다면 재앙이지요.”
“스님께서 수행을 하지 않으시면서 누구더러 수행하라 하십니까?”
“대부야말로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어찌 수행한다고 이르겠습니까?”
“대부가 만약 수행하지 않았다면, 어찌 사람을 다스리는 왕(王)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겠소? 배가 고파도 쓸모없는 황무지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었을 것이오.”
대부는 이에 눈물을 흘리면서 절하고 물러 나왔다.

- 조주록 상권 2. 상당 (장경각)  

 

 

마대부는 세속적인 명리를 벗어나 해탈의 길을 배우고자 조주선사를 찾았습니다. 대부는 조주선사에게 어떤 수행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조주선사는 자기가 수행을 한다면 큰 재앙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대부는 선사의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다 선사의 설법을 듣고는 마침내 자기가 수행을 하려는 것도 세속적인 욕망과 본질적으로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세세생생 명리의 종노릇을 하고 살았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수행을 세속적인 성취의 연장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조주선사는 수행자의 허위의식을 이렇게 꾸짖었습니다. 

 

 

꿈 같고 허깨비 같은 허공 꽃을 헛되이 붙잡는구나. 마치 양처럼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입에 주워 넣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내가 약산(藥山)스님을 뵈었을 때 스님에게 '어떤 사람이 와서 법을 물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약산스님은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법을 물어오면 다만 ‘개 아가리를 닥쳐라’하는 말로 가르치라고 하였다. 그러니 나 역시 말하리라. 개 아가리를 닥치라고(합취구구 合取狗口). ‘나’라고 여기면 더럽고, ‘나’라고 여기지 않으면 깨끗하다. 그렇게 사냥개처럼 얻어먹으려고만 해서야 불법을 어디서 찾겠느냐. 천 사람이고 만 사람이고 모조리 부처 찾는 놈들뿐이니, 도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구나."

- 조주록 (장경각)  

 

 

'합취구구(合取狗口)'라는 말은 개 아가리를 닥쳐라'는 뜻입니다. '개 아가리(狗口)'라는 말은 개가 이 집 저 집 다니며 밥을 얻어먹듯이, 여기 저기 다니면서 도를 묻고 선(禪)을 구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그 속에는 '내 것'을 쌓아가는 세속적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자기를 비우는 수행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워 본 사람은 그 자유의 맛을 압니다.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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