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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가면 ****

DMZ 하천대탐사 [고진동/오소동계곡/명파천 ]

작성자야생화|작성시간08.05.09|조회수370 목록 댓글 0

고진동, 오소동 계곡, 명파천
『본 'DMZ 남북잇는 하천대탐사'는 2000년 8월부터 2001년 6월까지 강원일보(DMZ 하천탐사단)에 연재된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강원일보 비무장지대 하천 생태 탐사단은 지난해 여름 철원 남대천과 한탄강을 시작으로 동부전선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며 남북을 잇는 하천의 어류생태 및 수질조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초겨울 문턱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부비며 평화의 댐 상류이자 DMZ 남방한계선 오작교 부근에서 국내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황쏘가리 무리를 수중촬영하는 행운을 안았던 탐사단은 봄을 기약하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진동 계곡 등 동북단 계곡·하천에 대한 탐사준비를 진행해 왔다.
한 겨울 그 어느곳보다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DMZ일원에서 수중생태를 관찰하는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잦은 폭설로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지난 겨울을 돌아 고성군 수동면 고진동·오소동 계곡을 조사하기 위해 해발 910m의 건봉산 기슭에 도착했을땐 세찬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름모를 야생화와 초목의 푸르름이 탐사단을 반기고 있었다.
지난 5월 17일 정오 군용 짚차를 이용, 서기 533년 창건된 고찰 건봉사를 뒤로한채 급경사의 작전용 산길을 따라 40~50분가량 어렵사리 달리다 보니 해발 915m 산봉우리에 군부대 관측탑이 눈에 들어왔다.
 
고진동 계곡과 오소동 계곡의 갈림길에 위치한 아리랑고개를 지날땐 워낙 길이 협소하고 경사가 심해 탐사단원들의 심장박동도 빨라지고 있었다.
육군 뇌종부대 건봉산대대 관측장교의 설명에 따라 전방을 주시하다보니 금강산 미륵봉이 어렴푸시 눈에 들어오고 금강산에서 발원해 DMZ를 따라 흐르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총연장 77.6㎞의 남강의 물줄기가 들어왔다.
원시림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자연녹지도 8등급 이상의 지역으로 비무장지대 안에서도 유난히 풍광이 뛰어난 곳.
자작나무 박달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한낮에도 어둠이 깃들어 있는 건봉산 준령을 따라 해발 742m의 까치봉을 바라보며 향한 곳은 최근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서식지로 이름난 오소동 계곡.
옛부터 까마귀가 많다하여 오소동으로 불리워졌다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금강산을 구경하러 갈때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지도를 펼쳐봤다는 지명의 유래도 들을수 있었다.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물줄기가 말라 50여평 가량의 비교적 작은 소를 이루고 있는 오소동 계곡에는 1급수에만 서식한다는 금강모치떼가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었다.
경계 근무중이던 병사들은 지난 겨울 오소동 계곡 철책선 너머 15~20m지점에 산양 암수 한쌍과 새끼 한마리 등 3마리가 탈진한 것을 발견, 구출작전을 벌이기도 했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옛부터 금강산 가는 길목이라 숱한 얘기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이 일대는 569종의 식물상과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임을 실감케 했다.
이튿날 찾은 곳은 비포장길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맑은 계곡물과 나란히 이어지는 고진동 계곡.
오소동 계곡의 산너머 서쪽에 위치한 고진동 계곡은 약 8㎞의 물줄기로 바로 DMZ 철책과 맞닿아 있었다.
고진동 계곡의 물줄기는 북고성 지역으로 흐르는 남강으로 향하지만 남·북 분단으로 더이상 물길을 따를 수 없지만 고광나무 은방울꽃 붓꽃 점나도나물 등이 꽃망울을 틔우고 탐사단의 발걸음에 놀란 도마뱀이 물속에 황급히 뛰어드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DMZ에 서식하는 생물을 잡으면 사고가 생긴다는 병사들의 터부때문일까. 이 일대엔 멧돼지 들고양이들이 군부대 막사 잔반통 주변을 거리낌 없이 서성거리고 민물고기 개체수도 비교적 타 지역에 비해 많아 보였다.
희뿌연 물방울을 쏟아내는 작은 폭포와 굽이치는 물줄기 그리고 수려한 산세속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도깨비부채 등 각종 희귀식물들.
금강산으로 향할때 이곳까지 다다르면 고생이 끝났다는 의미에서 고진동으로 불리워 진다는 이 계곡은 금강 그 자체였다.
탐사단의 어류생태 조사장면을 지켜보던 공보장교 정명식 대위는 『금단의 땅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비경을 간직한 곳으로 만 여겨왔던 이곳이 생태학적으로 이렇게 큰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은 미쳐 몰랐다』며 채집된 고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5월19일 탐사단은 남한에서 처음으로 다묵장어 산란지가 확인되고 희귀수생 식물인 흑삼룡이 서식한다는 명파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 고성군 명파리엔 북으로 더이상 갈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실향민들이 많이 모여산다.
명파천의 지세는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
목마른 말이 마치 물을 먹으러 소를 향하듯 서천과 명파천의 강물이 흐르고 있어 이 일대는 전답이 비옥하다.
어류생태조사 마지막 날인 만큼 하나라도 더 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명파천에 거침없이 뛰어들려던 순간 작은 다리위를 지나며 탐사단을 지켜보던 한 아낙네는 상류엔 지뢰가 있는 곳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인정넘치는 충고를 마음속에 새기며 차분히 바다와 맞닿은 명파천 하류의 어류생태및 수질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친 탐사단의 눈엔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총 연장 500m의 동해안 최북단 명파해수욕장이 들어왔다.
희고 고운 백사장에 누워 다시한번 바라본 동북전선 DMZ.
굴곡많은 민족사를 암시하듯 험준한 준령에 쌓여 있는 그곳에서 발원한 고진동·오소동 계곡물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남강의 물줄기와 합류해 말없이 동해로 동해로 흐르고 있었다.
지뢰와 철책이 가져다 준 선물일지 모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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