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행진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 위로
소리 없는 신호탄이 터지면
가지마다 숨죽였던 작은 눈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다.
진한 초록의 완장을 차기 전,
가장 부드럽고 가장 눈부신 옷을 입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어린 잎들의 싱그러운 행진.
보아라, 이 연약하고도 위대한 행진을.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온 순수한 힘이
빛바랜 세상을 어떻게 물들이고 있는지.
메말랐던 마음의 골목길마다
어느새 가득 차오르는 싱그러운 군악,
아,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봄날의 연둣빛 행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