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보림/2025/발제 2026.5.14. 이인숙
담장 위의 나팔꽃이 저절로 열리는 모습을 보고 처음 꽃의 세계에 빠져든 아이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늘 꽃을 가까이하며 살았고, 사람들은 그를 그저 김 군이라고 불렀다. 김 군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밤사이 안부를 살폈다. 낮에는 틈만 나면 화분 앞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고, 밤늦도록 꽃 책을 읽다 잠들기도 했다. 김 군은 하루도 빠짐없이 꽃 책을 읽고, 꽃 그림을 보고, 꽃 시를 읊고, 꽃 차를 마셨다.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꽃만 바라보거나, 꽃피는 모습을 놓치기 싫어 손님이 찾아와도 금세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꽃에 빠져 있을 때 김 군의 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김 군을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조롱거리로 삼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꽃을 사랑하는 참다운 의미를 알지 못하였다.
봄에는 진달래, 철쭉을 보며 설레었고, 여름엔 초롱꽃 덕에 마음이 풍성해졌고, 가을엔 국화의 은은한 향기로 섬세해졌고, 겨울 매화의 고고한 자태는 봄을 기다리는 김 군의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김 군은 꽃을 그림으로써 세상 모든 꽃들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나며 다시 태어나게 했고, 한평생 꽃을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김 군은 마침내······꽃이 되었다.
김동성 작가의 그림책 '꽃에 미친 김 군'은 조선 후기의 실존 인물인 김덕형의 삶을 바탕으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오직 꽃을 가꾸고 관찰하여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을 바친 김 군의 이야기이다. 꽃들로 가득 채워진 그림책은 각기 다른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마치 동양화 작품집을 보는 듯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꽃으로 시작해서 마침내 꽃이 되어버린 삶.
나는 살면서 무언가에 이렇게 진심으로 몰입을 해 본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해야되는 일이어서 했지 내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의욕이 생겨서 뭔가 해볼려고 하다가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접어버리기 일쑤였고, 또 열기가 금방 식어버리기도 했었다. 무언가에 미치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무엇 때문에 김 군은 이다지도 깊이 몰입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나는 무엇에 미치고 싶은가? 그러고 보니 힘들고 지칠 때 우연히 접한 그림책에서 위로받는 경험을 하고 그림책 공부를 더 해보고 싶었으나 그것도 바쁘다는 핑계로 흐지부지되었었다. 이번에 꽃에 미친 김 군을 읽고는 다시금 그림책에 대한 열정이 떠올랐고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시금 그림책에 빠져 들어 ‘그림책에 미쳤다’는 말을 듣고 싶어졌다.
인생 후반기에는 그림책에 미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