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용암동성당 청년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오익수 사도요한입니다.
최근 청년회 활동을 하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보고 느꼈던 용암동성당의 모습과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처음 용암동성당에 오게 되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전주에서 청주로 이직한 뒤 낯선 곳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평일미사를 드리고 조용히 돌아가곤 했는데, 그때 마리아 수녀님께서 김인환 히폴리토 신부님을 소개해 주시며 청년회에 함께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해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신부님과는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인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어느덧 청년회장이라는 자리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청년회장을 맡고 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성당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용암동성당의 주일학교는 청년 교리교사들의 헌신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주말을 기꺼이 내어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간과 마음을 많이 내어주는 일인만큼 교리교사들의 청년회 활동참여는 쉽게 생각할 부분이 아니였습니다.
청년회와 교리교사회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 저도 교리교사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해보니 교리교사와 청년회를 함께 한다는 것은 토요일 하루를 거의 온전히 성당에서 보내는 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미사 준비부터 교리수업, 행사 준비, 청년미사까지 이어지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갔습니다.
그런데도 웃으며 아이들을 만나고,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는 청년들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은 제 삶에도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교리교사를 하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지금도 용암동성당 안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청년회에 제법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여섯 명 남짓한 청년들이 모여 "우리라도 즐겁게 신앙생활을 해보자"며 마음을 모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며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전쟁 이야기, 사회 이야기, 교회 이야기, 그리고 각자의 삶에 대한 고민까지 밤늦도록 나누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한 친목이 아니었습니다.
신앙 안에서 서로를 붙들어 주고, 함께 성장하려고 했던 청년들만의 방식이었습니다.
아마 어르신들께서도 젊은 시절에는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어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공동체 안에서 웃고 울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참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하고 있는 선택이 맞는 것일까 하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결혼과 주거,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때로는 주일미사를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청년들도 하느님이 좋아서, 성당이 좋아서 이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앙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고, 공동체를 위해 작은 자리라도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전례를 준비하고, 교리교사를 하고, 회비를 모으고, 모임을 이어가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리와 준비를 맡으며 공동체를 위해 시간을 내고 있습니다.
크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각자의 삶 속에서 성당을 놓지 않으려는 그 마음 역시 소중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성당 안에서 "청년들은 왜 본당 일에 관심이 없느냐", "왜 봉사가 부족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 말씀 속에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조금 부족해 보일 때에도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아직 서툴러서일 수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더 배우고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당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 청년들이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시간 본당을 지켜주신 어르신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해 주시는 분들, 성당의 크고 작은 일을 책임져 주시는 분들, 어려운 시기에도 공동체를 지켜오신 분들이 계셨기에 저희도 그 안에서 신앙을 배우고 자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부탁만은 아닙니다.
저희도 어르신들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으며, 그 마음을 배우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가보다 이해이고, 지적보다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물어봐 주시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우며 더 좋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지금의 용암동성당은 어느 한 세대만의 공동체가 아닙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입니다.
저 역시 청년으로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봉사하고,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청년들이 나이를 먹어 어르신이 되었을 때, 우리도 후배들에게 따뜻한 어른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늘 평안하시고, 용암동성당 공동체를 위해 애써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익수 사도요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