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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캠페인

주홍글씨 vs. 역지사지 [107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1.09.05|조회수60 목록 댓글 0

【 1인 캠페인 - 주홍글씨 vs 역지사지 】

 

   이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우선은 많다고 본다. 이는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바라 보는지와도 많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학자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짧게 표현하면, 역지사지라는 말과 같은 이야기였다. 한 사람의 집이 털렸다. 털린 집을 정리하면서 그 사람이 세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처음은 남아있는 자신의 재산에 대한 것이었다. “참 다행이야. 많은 것이 여기 있잖아.” 그 다음은 목숨이 붙어 있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참 다행이야.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지, 내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지” 그 다음은 “정말 다행이야. 그 사람이 도둑이지, 내가 도둑이 아니잖아” 라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역지사지로 결론이 내려졌는지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자신의 눈앞에 당장 펼쳐진 손해를 생각하며 타인을 비난하기 보다는 아회와 같은 마음으로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려 애쓰는 역지사지 정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자 함이 같이 더불어 살기위한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라는 타인의 입장에 대한 고려였다면,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새로이 희망을 만들 수 도 있다는 기준제시였다. 결국 이미 펼쳐진 상황에 대해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여(역지사지)’, 그 사람이 도둑이지 내가 도둑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신의 처지를 보다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단상이었다. 미워할 시간이 감사할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가 생각보다 가슴에 오래 남았다. 내가 도둑이 되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도둑이 되지 않은 상황이 참 다행이라는 말이 참 새롭게 들렸다. 맞다. 내가 도둑이 되려고 마음을 먹지 않은 것이 내 환경에 대한 부분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도둑질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있을까 생각해보더라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될 수 없는 것 같다. 구걸을 하는 것보다도 나쁜 것이 도둑질이 아닐까 한다. ‘들키지 않으면 뭐… 수많은 것 중에 하나를 가져가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사회규범을 넘어선 생각이라고 보인다. “적선(積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예전에 구걸하는 각설이들이 사용하였다. ‘한 푼 주십시오.’ 라는 말보다 그들은 “적선”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바로 자신을 통해 선(善)을 쌓으라(積)는 뜻의 말로, 배가 고픈 내 처지를 알리고 이해시키는 것과 함께 선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네게 주는 것이라는 각설이 입장에서의 역지사지 인 것이었다.

 

   교육현장에서 피해예방교육을 하며 가해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주었다. 조심하여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겠지만 더 조심하여 가해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역지사지’는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교훈이기도 하지만, 경쟁체제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에게 이 교훈은 어쩌면 모순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너 자신만을 믿고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쭉쭉 나아가라는 말을 듣고 크는 아이들이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을 언제 활용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스스로 찾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 어른들이 고민해 보아야 하는 주제인 것 같다.

 

   피해예방교육 내용을 보면 ‘역지사지’를 사용하는 내용의 주제가 의외로 많다. 한 예로, 성매매예방교육의 표어를 보면 “성매매여성을 자신의 누나나 여동생으로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되어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을 언제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면 ‘미리’라는 답변이 나온다. 평소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적절한 상황에 꺼내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강제적으로 상대에게 관철시키는 것이 바로 폭력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어떤 이유든 간에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분을 참아내지 못한 자신만의 이유와 상대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훈육할 때 잘잘못을 가리기전에 있어 ‘처지를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혼나지 않을 변명과 핑계만을 생각하게 두어서도 안 되고, 자신이 혼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만을 내세우는 것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훈육의 장이 될 수 있다.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소설인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를 보면 가슴에 주홍글씨를 붙인 여자주인공이 나온다. 왜 그녀는 가슴에 주황색으로 된 A라는 글자를 붙이고 다녀야 했을까? 그녀에게 찍힌 낙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를 위해서 “A"라는 주황색 글자를 달아준 것일까 아니면 그녀와 함께 사는 이들을 위해 그것을 달도록 한 것일까? 역지사지로 시작된 이야기의 흐름은 주홍글씨의 내용으로까지 연결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도록 자신의 입장을 다른 처지의 사람과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꼭 챙겨주어 삶을 계속 연장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또 하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게 하여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낙인이 찍힌 후에야 세상의 기준을 알게 된다면, 그 깨달음은 너무나 늦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같이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노력을 곁들인다면, 보다 풍부한 삶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둑이 떠나간 자리에서 어떤 생각에 공을 들인 것인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도둑질을 하기 전에 잃는 자의 입장을 고려하였다면 도둑이 되지 않았을 텐데… 혹여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자신이 도둑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역발상을 통해 삶의 의지를 세우기 바랍니다.<행가래로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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