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캠페인 – 상담소란 】
새해가 시작되면서 개인부터 단체까지 모두 올 한 해를 위한 사업내용을 공유하고 계획 세우기를 하며 연초를 보냈을 것이다. 필자역시 적을 두고 있는 시군구의 지역복지계획에 대한 평가부터해서 올 해 계획을 살펴보는 일을 연 초에 진행하였고, 상담소가 속해있는 전국협의회의 총회에도 다녀와 사무국의 올 해 의지를 접할 수 있었다. 상담소와 관련된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면 필자는 항상 놀라고 감탄한다. 다른 표현은 생각이 안 난다. 모두 정말 열심히 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 그리고 하라고 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한다. 내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티 나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참 의아하다. 필자가 이곳에 오기 전에 대학의 연구소에 적을 두길 수 년, 그곳은 채찍이 없어도 당근이 없어도 당연히 열심히 하는 곳이었다. ‘그곳엔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라고 설명하면 모두 끄덕끄덕 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를 위한다는 전제아래 그리고 개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이윤창출과 관계없이 열심히만 하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고 투자자가 없어 연구가 중단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곳에서 그곳으로 자문을 구하러 온다. 그러기에 그곳은 쉴 새 없이 열심히 살 수 있는 곳이다. 지식이 샘솟고 서로 아우러지는 발전소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지치고 나동그라지면, 세상 사람들이 소스를 구할 곳이 없어지기에 그곳은 밤낮없이 열심히 살게 되는 곳이다. 그런데 연구소가 아닌 상담소와 관련된 곳에 있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티 나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 새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총회를 다녀오고 나서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폭력상담통계시스템이란 것을 만들었단다. 와우~ 그간 통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상담소 직원들은 머리가 지끈지끈 한 편이었다. 왜냐하면 사방에서 요구해 오는 것이 상담 건수이기 때문이다. 관리차원에서 시군구, 도 그리고 여가부에서 한때는 다양한 형식으로 요구해 왔고, 연구소에서 아니면 정치인 비서실에서 등등 통계요구를 꽤 받았기 때문이다. 늘 요구하는 대로 응해주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요구하는 내용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수작업으로 하는 통계에 대해 컴퓨터에서 한 것 같은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에 상담소들은 골머리를 앓았던 것이다. ‘협조해 주고 싶은데, 협조해 주고 싶은데 참 쉽지 않네…’ 그런데 이제야 그런 요구에 쉽게 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기반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와우~!!!! 그간 티 나게 열심히 한 것에 대한 그 노고를 알아주게 된 걸까? 아뿔사!
총회의 회의 안건 중 하나가 회비인상이었다. 분명 이 통계시스템 사용과 절대 무관하지 않았다. 개발비만 투자하고 이 시스템을 쓸 너희들이 유지‧보수해라 때문인 것 같았다. 정말??? 그런데 얘기를 더 들어보니, 그런 상황도 있었나 보다. 듣다보니, 그 의구심이 또 다른 추진력이 되어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 않을까?? 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위의 그림과 같은 통계 자료를 보면서 폭력상담 건 수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움이 들만도 할 텐데, 통계에서 숫자로 표시하지만 피해유형의 숫자들을 보다보면 마음이 짠 할 텐데, 어째서 통계의 숫자를 정말로 숫자로만 보고 ‘많고 적음’을 논할 수 있는지 많이 안타깝다. 성폭력 상담이 도대체 몇 건이 되어야 기타상담으로 분류되는 숫자가 다르게 보일까? 상담통계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의도 중의 하나가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소에서 제시하는 자료에 ‘기타상담’이 너∼무 많아서 신뢰할 수가 없다는 것에 있다니 도무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떠오른 대안은 그럼, “기타상담전문상담소”를 따로 운영합시다! 이다. 그럼 우리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소들은 정말 법으로 규정되어진 딱 그 정의에 틀에 맞는 사람만을 골라서 상담하고 지원하면 될 것이고, 그럼 보고되는 숫자가 많든 적든 지침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사람들만을 지원한 것이니 운영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모두 동의 하시는지?
통계자료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많은 사실이 있는데, 다른 많은 사실들이 가려진 것 같다. 상담소에서는 기타상담을 공란으로 하여 자료를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된다. 근래 상담소에 요구되는 많은 사업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예방”이다.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많은 시스템 한 가운데 놓인 상담소에게 “예방”도 하나의 몫으로 가져가 달라고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행정적 사고를 하면 예방을 위한 기관이 우리가 최선의 대안은 아닐텐데,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공권력이 있고, 행정자치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많은 협의회가 있는데, 우리에게 정작 사업을 할당하고 결과물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은 이제사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우리는 진작에 “예방”역할을 해왔다. 피해자를 마주하고 선 다시는 그 피해상황에 놓이지 않게 하기 위한 역할을 알아서 해왔다. 가해자를 벌주고 혼내주는 것보다 우린 피해자의 뜻을 헤아리고 피해자를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해 왔다. 그것이 이제야 행정적 절차와 연결된 것 같았는데, 행정 관료의 어이없는 발언에 우리가 통계자료를 제시하는 것에 사명감과 의무감을 가져야 하는지에 의문이 생긴 것이었다. 사건 하나를 지원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니 무엇 하나 소홀히 사소하게 볼 수 없어서 일 것이다. 우리는 최전방에서 모든 것을 접하고 숫자 “1”로 보고를 한다. 그 숫자에는 피해자의 아픔과 현장에서의 우리 노고와 그리고 행정적으로 지원해준 결과가 모두 함께 녹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얘기해 본다. 통계프로그램을 정말 우리 자비로 관리‧보수하는 것이 정답일까? 나라에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는 사안이 아닐까? 아직도 우리가 더 소리쳐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