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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강의 [140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8.03.06|조회수29 목록 댓글 0

1인 캠페인 공짜강의


  같은 주제로 무료와 유료 강의가 있다고 하면 어떤 강의를 들으시겠습니까? 라는 설문을 올 해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속질문으로 성폭력예방교육 또는 성희롱 예방교육은 무료와 유료 중 어느 것을 선호하십니까? 그리고 유료 강의와 무료 강의 중 어느 것을 더 신뢰하십니까? 라고 질문한다면 어떤 결론이 드러날지 정말 궁금하다. 작년까지의 교육형식을 보면, 교육수혜대상자는 무료이지만 교육을 제공하는 제공자가 비용부담을 하거나 또는 제 3자가 비용을 투자하여 교육제공자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교육수혜자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수년간 강의를 진행 해보니, 여러 가지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우선 성교육은 수혜자가 돈을 직접 내고 듣는 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법정의무교육이라는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도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으로, 근무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일상생활에서 서로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정말 꼭 필요한 교육 내용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굉장히 수동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일 성교육 지식에 레벨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대부분 무어라고 대답할까? 정말 성교육 강사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강의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청강생들의 앎의 정도가 상식수준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가정시간에 생물시간에 테스트하는 의학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검증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테스트의 허점은 틀리면 그만이라는데 있다. 틀리면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길에서 무작위적으로 40대 여성과 남성을 선정해서 2차 성징과 관련된 또는 성과 관련된 문화에 대해 지식을 기반으로 한 질문을 하였을 때, 일괄적인 답변이 나올까? 예상해 보건데 지식보단 경험을 기반으로 둔 답변이 더 많을 것 같다. 혹 필자의 이런 예상에 대해 달리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그 또한 궁금하다. 40대 남성과 여성이 정말 자녀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성차이에 대해서 구분지으며 설명할 수 있는 성인이 얼마나 될까?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에 대한 교육이 정례화 되었으며 이에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에 대해 성인이 동행하면 좋겠다는 의도로 학부모에게도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배운 것이 가정에서도 연장선상으로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모 교육을 제공하며 현장에서 느끼기 시작한 것이 있다. 학부모들이 제공되는 교육을 아이들 수준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궁금함을 해소하고 채우는 것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질의응답시간이 끝나고 나면 느끼는 바였다. ‘그간 궁금해서 어찌 살았을까. 그간 몰라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만큼 맞춤 성교육은 어려운 일이다. 일상을 돕는 교육 내용으로 만드는 것에 많은 노력이 들지만, 일상을 헤치지 않을 정도의 기준으로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것에도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은 때론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무료강의는 성의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유료강의보다 그렇지 않을까?
  - 무료로 강의하는 사람은 실력이 없을 것이다. 누가 돈도 안 받고 강의하나?
  - 유료로 강의하는 거라면 내 돈 내고 꼭 들을 것이다.
  성교육 강의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강의 내용에 대한 평가를 떠나 누구나 원하면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접하고자 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너무 비싸서 수강하기 위한 문턱이 높고, 특별한 대상만 들을 수 있다고 하기엔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라고 하겠다. 몰랐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특별한 제약 없이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캠페인성 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교육이 분명 수혜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여기에 제약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왜냐하면 비용을 투자하는 제공자가 교육신청을 거절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진정한 무료교육이라고 하기도 어렵겠다. 의왕시에 있는 관내 중‧고등학교에 대면강의 형식으로 성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공문 보내고 전화까지 해서 신청하라고 하면 무반응인 학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시간 없다며 되려 강당강의를 요청하는 학교가 아직도 있다. 공부잘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정말 매년 단 한 번도 신청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일전에 무료로 학교에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범사업에 참여‧진행한 적이 있는데, 각 학교에 1학급씩 진행하도록 계획되어 있었고 이에 대해 학교에 설명하고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함을 제시하여 참여를 독려하였다. 사업의 목적과 사업내용과 1학급 참여에 대해 충분히 전달을 했음에도 불과하고 1개 학교에서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윗사람이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다른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보겠습니다도 아닌, 한 학년에 모두 제공해달라고 하며 그렇게 해주지 않다면 안 하겠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본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대해 다른 모든 학교에 기회가 가기위해 마련된 지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공짜니까’ 라는 생각에 떼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그 학교에 주어진 무료교육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얼마짜리 강사냐, 얼마짜리 강의냐에 집중하기보다 무료로까지 하면서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에 관심을 가져야 됨을 말하고 싶다. 무료강의가 당신의 삶을 보다 알차게 만들어 주기위해 존재함을 알아볼 수 있어야 겠다.  <행가래로 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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