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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캠페인

빨리빨리 [143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8.03.06|조회수18 목록 댓글 0

1인 캠페인 빨리빨리


  도로의 무법자. 이런 단어가 생각나면서도 비단 그들만이 그런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금새 꼬리를 문다. 도로위의 무법자들 때문에 놀라기도 수차례. 목숨이 위태로웠다며 호들갑떨지 않고 여전히 잘 다니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살만한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안전 불감증에 대해 지적이 있어도 그 지적조차도 대수로 듣는 사람이 다수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안전에 대한 믿음과 혹은 갑자기 찾아온 불안을 견뎌내며 살 수 있을까? 해결책은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찾아내야 될 것 같은데, 원인은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도로 위에는 ‘빨리빨리’ 서두르는 사람이 전부인 것 같다.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 걷든 타든 모두 빨리 빨리의 마음으로 그 도로 위에 모여 있다고 보인다. 빨리 빨리 잘 가기 위해서는 양보를 해서는 안 되는 양 무리한 시도를 하여, 운 좋으면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이고 운 나쁘면 사고로 연결이 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과연 이런 ‘운’에 자신의 하루를, 더 나아가 일생을 맡기고 살아도 되는 것인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대상이 누구든 성교육이나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해보면, 역시 ‘빨리빨리’라는 감성과 마주하게 된다. 호기심과 연결되어진 빨리빨리 알고 싶은 마음, 교육의 효과를 빨리빨리 보고 싶은 마음, 하긴 해야 되니까 빨리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 등. 연중 교육 일정이 아닌 연간 1회 교육에서 그래도 수준별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요구로 보인다. 자신의 지식수준 이상으로 단순히 앎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내용도 없을뿐더러, 예방교육의 효과를 생활에서 바로 찾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성교육과 예방교육은 삶의 미학과 함께한다. ‘모르기 때문에’가 얼마나 곤혹스러울지 알기에, 알아야 함을 계속 전달하려 애쓰며 삶을 잘 가꾸도록 돕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빨리빨리”의 상황은 많은 아쉬움으로 돌아온다. 빨리 빨리의 마음이 가득한 청자에게 성폭력예방교육을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빨리 빨리의 마음이 서두름으로, 서둘러서 결단을 내리다 보니 결과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렇게 서두름이 있는 자들에게 필자는 맡은바 일을 잘 끝낸다는 것은 적절한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과 정성을 얼마나 잘 드렸는가에 있다고 했다. 이 소식지 발송 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수백 장의 종이를 접는 업무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느릿느릿 하는 것도 안 되니 빠르게 해야 하는데, 빨리 하다 보니 삐뚤빼뚤한데 그래도 될까? 당연히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귀찮음이 올라오는데… 이런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받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라 했다. “너에게는 수백 장의 종이 중에 귀찮음을 담은 한 장 일 뿐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단 하나 뿐이다.” 어느 종이 하나에도 귀찮은 마음이 담기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를 명확히 하여 일을 하면 ‘빨리 빨리’의 마음이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 텐데, 대부분 ‘빨리 빨리’의 마음이 최우선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훈육방법은 잘못했을 때 지적하고 고치라고 타이르는 것인 것 같다. 이 훈육도 역시 “빠른”에 초점이 있다. 좋은 훈육이 아니라고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 이처럼 잘 했을 때 칭찬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훈육으로 잘못했을 때 지적하는 것보다 낫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지만! 그렇지만!!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잘못했을 때 바로 지적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빨리 빨리’가 우왕좌왕으로 번져서는 안 될 것 같다. 빨리 빨리 서두르는 어른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아이들의 시속 10키로 인생을 어른들의 40, 50키로의 속도에 맞추어도 안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빨리 빨리’ 적당히 행한 결과물로 인해 아이들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입에 담기조차 힘들고 열흘이 넘도록 울게 만든  사건 또한 책임 있는 어른이 아이들보다 ‘빨리 빨리’ 탈출한 것으로 인해 아이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행가래로 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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