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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캠페인

제자리걸음 & 나눔 [148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8.03.08|조회수31 목록 댓글 0

1인 캠페인 제자리걸음 & 나눔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자신만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아 찾아오는 불안감. 왜 너만 그대로 이니? 라고 모두가 손가락질 할 것 같은 두려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걸음은 그다지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근래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해결책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도출한 단어가 바로 “제자리걸음”이다. 뜻과 다르게 충분히 신중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사람들의 말을 잘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다 보니, 문장의 앞뒤가 잘 맞는 말을 듣다보면 ‘참 논리적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좋은 생각이다’ 라는 동조의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기쁘고 좋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척 힘이 들고 불편하다. 이런 불편한 마음이 드는 날이 종종 있을 때면 거울에 비추어 필자를 돌아보는데, 차마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것을 말로 꺼내거나 그냥 다른 이의 말에 툭 얹어보는 말들이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필자 자신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있다면 어떻게 고칠 것인지 고민해 보았다. 또 하나, 생각을 행동이나 말로 바로 옮기는 적극적인 행동파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꽤 피곤해진다. 왜 그럴까? 보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나서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 또는 행동을 꺼내는 사람은 막무가내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의 동의나 동조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것은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관계에 있어서 필자가 만약 위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치유 또는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다.
  떠오른 무언가를 재빨리 말로 꺼내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바로 잠시 멈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의 숨을 고르는 순간처럼 잠깐 동안 생각을 고르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제자리걸음”에 빗대어 보았다. 무엇이든 찰나의 때가 있다고 하지만, 물론 너무 생각이 길어 적절한 때를 놓치면 안 되겠지만, 위에 예시로 열거한 현상들을 이런 잠깐의 시간 차로 멈출 수 있다면 참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학교폭력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깨달음의 순간은 꼭 온다고 본다. 너무 쉽게 가해자가 되고 너무 순간에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학교폭력의 현장에 “제자리걸음”을 적용해 본다면, 상대를 아프게 하기 전에 그래도 되는지 잠시 머뭇거려본다면, 유명한 아이돌이 되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두렵다 라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아이돌이 열심히 살아보며 자신의 과거 모습을 반성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한 것 같지만, 이런 때늦은 후회를 통해 과거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그 때 잠시 숨고르기를 하여 행동을 제지하였다면, 더 멋진 모습의 자신과 자신을 아름답게만 봐줄 이가 더 가득한 세상을 마주하게 되지 않았을까?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까 걱정하고 고민하며 저울질을 하며 그래도 ‘피해자는 안돼’ 를 외치는 요즘에, 아이들에게 “나누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뺏거나 뺏기지 않기 위한 것에 애를 쓰게 두는 것이 아니라, 나눌 줄 아는 아이로 키운다는 것이었다. 나눈다는 것은 무얼 가르치는 걸까? 무엇보다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나아가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어떻게 하면 자신도 좋고 상대방도 좋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것이라고 본다.
  함께 사는 세상에 제일 필요한 것이 “나눔” 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성향이 반영된 생각의 결과물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일전에 방송을 통해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빵을 나누게 하는 실험을 한 것을 보았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아이들의 태도에 큰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필자에게 와 닿은 것은 바로 아이들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두 명 당 한 개의 빵이니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나누어 먹어야 함을 직감하는 듯 했다. 진행자가 빵을 한 아이에게 주고 네가 나누고 골라라 하니, 빵을 받은 아이가 빵을 나누는데 있어 오래 고민하지 않고 둘로 잘라 나누어 먹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빵을 한 아이에게 주고는 자르는 것은 네가 하는데 자른 것을 골라 가져가는 것은 상대 친구이다 라는 조건을 붙이니, 아이들은 아까와 다르게 고민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자신이 자르고 자신이 골라 먹을 때는 거침없이 자르고 커보이는 쪽을 자신이 선택했다. 그런데 선택은 할 수 없지만 잘 자르면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빵을 자르기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바로 나눔 교육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매순간 생각을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제자리걸음을 하듯 고민의 시간을 가져서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기본 지키기”에 대한 울림을 많이 접했다. 질서를 지키겠다는 다짐들을 들으며 든 생각이 ‘과연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을까?’ 였다. 도로에서 노란불이 들어올 때, 횡단보도 불이 깜빡거릴 때, 주차 공간이 장애인 지정만 비어있을 때, 운전 중에 핀 담배꽁초 길에 버리고 싶을 때, 제자리걸음하듯이 시도하려는 행동을 해도 되는지 혹 이 행동을 함으로써 나만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이도 같이 좋을지를 생각하기 위해 행동을 잠시 멈춘다면 진정한 의미의 나눔을 경험하게 된다고 본다.  <행가래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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