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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이 되어 주다.[167호]

작성자행가래로|작성시간19.10.01|조회수37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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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이 되어 주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은 욕을 당한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뒤에 가서 불평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데, 요즘은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고 상담소에서 치유 받는다로 끝나야 보다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다른 데 가서 불평하는 것을 두고 비유한 말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을 풀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기에 잘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픈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은 따로 있지만, 그 상대와 그 자리에서 풀지 못하고 쌓아놓고 끙끙대기만 하다가 우리에게 와서 하소연을 하며 마음이 치유되는 모양새를 이렇게 비유해도 될 것 같다.

   살다보면 마음이 아플 수 있다. 그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살다보면 고통에 무뎌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픔이 되살아나면 사는 것이 참 고단해진다고 한다. 아픈 마음을 보여줄 수 없기에 위로 받기가 쉽지 않고, 아픔을 스스로 꺼내어 보는 것도 서툴기에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거칠고 삐죽하게 나와 더 괴롭다고 한다. 뺨맞은 볼이 얼얼해서 아프기도 할 텐데, 이 아픔보다 뺨 맞도록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 자신을 더 괴롭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눈 흘기고 욕해서 풀리는 아픔이면 백 번 천 번도 하겠지만 당하기만 한 것 같은 자신을 용서하여 놓아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한다.

   시간을 되돌려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가해행위를 한 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리 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하는 것과 다르게 피해를 입는 순간 피해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답변을 하기 보다는 내가하지 말껄이라는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답변에 이렇듯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이 시간이 되돌려 진다고 해도 하지 말껄이기에, 재발방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정보 이상으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역할을 하고자 한다. 마음이 아파서 상담소에 오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희롱 교육을 아직도 교양교육 정도로 보는 이들이 있어 걱정이 된다. 직장 내 성희롱은 아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거의 발생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은폐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피해를 입은 자가 퇴사를 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가해행위이다.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가해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미리 사전에 조직문화를 점검하여 방지하기 위함이며, 발생하더라도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만의 조직 문화 속에서 수수방관하며 성희롱은 그들 세계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며 재미난 교육시간이 되길 바라는 모습을 접하게 될 때마다 누군가 혼자서 마음 아프게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예방교육을 진행하며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일깨우고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게 하지 않기 위한 대비 작업을 꼭 해야 함을 일깨우려 노력하지만, 고용주보다 고용인이 강의의 주 대상자인 것이 현실이다.

   마음이 아파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편이 되어 주는 이가 있으면 힘이 난다고 한다. 편이 되어 준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공감이 떠올랐다. 문제를 해결해주면 제일 좋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입장을 알아봐주고 어떤 감정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표현해주고 이해해주는 모습에 안도감과 함께 혼자가 아니라 편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 상담소가 하는 일이 무엇일까 보니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이들의 편을 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피해를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기까지는 분명 개인 당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시작하면 알아봐주고 챙겨주고 편들어 주는 것이 우리 상담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제 우리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여성가족부에서 우리를 헤아리고 있는 위치에 왔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은 제각각 이었지만, 여전히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우리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서로를 품을 수 있다면 이는 편을 들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헤아림을 받는 다는 것, 어디서 뺨을 맞고 왔던 간에 자신을 탓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뺨맞은 자의 분풀이 대상이 되는 것이 제일 잘못된 관계 맺기이면서,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폭력피해의 헤아림을 받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부모에게 훈육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교육을 받게 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로 모두가 이야기 하는 지금 필자가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애를 쓰고 있고 힘이 들다는 그 입장을 헤아려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아림 없이 인정사정없이 의심하고 파헤치려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부모들이 교육을 받으면 더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그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정의가 누구 편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누군가의 입장에서 편을 들어주는 것이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옳은 것이 무엇인지 따지고 살아야 함이 맞고 알아야 함도 맞으나, 옳은 것을 따지느라 편드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모두가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정의실현이라고 본다. <행가래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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