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숙제-놀이를 찾아주자.
❦ 라일락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을 상담하면서 성의식 조사를 해 보았다.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지라 하나부터 차근차근 알려줘야 할지, 그냥 넘어가야 할지를 고민하다 좀 더 관심을 가질 때 알려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접어두고 있었던 내 아이의 성교육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치원 때는 함께 목욕탕에도 갔었고, 집에서도 심심찮게 함께 샤워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 아들의 뜨거운 눈빛(?)을 느끼게 되면서 부터 함께 목욕하는 시간이 사라진 지금이 바로 성교육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모두 성교육인 것이지 성교육의 시점은 따로 없다고 생각되어진다.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가 성에 쉽게 빠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부모가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인터넷과 TV에 빠지지 않고 즐겁게 지내게 할지를 생각하다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가 보다 할머니와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그 첫번째로 나는 아이보다는 할머니께 더 잘 해야지 싶어 오롯이 할머니만을 위한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의 노력을 시작하였더니 어느새 아이는 엄마인 나보다 할머니와 잘 노는 방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뿐인 시간이지만 아이는 아빠와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빠와 함께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마다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배울 수 있는 롤모델로서의 아빠의 자리가 굳혀지는 것 같아 아이로부터 조금은 비껴선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다.
'내 아이 성교육'이라는 것이 부모라면 누구나 막막한 부담감으로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고, 내 아이만큼은 아무 일(?) 없을꺼라는 소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성교육 자체를 성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차이인 것으로, 성교육이 관계형성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 성교육'을 생각하면서 내가 먼저 시작한 것은 아이의 즐거움을 찾는 것으로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 하는 '내 아이 성교육'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족과 함께하는 성교육을 시작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양성평등적 사고가 생활 속에 묻어나도록 조율하는 것이니 만큼,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부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