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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 ❝속마음-잘 지내고 싶다~❞

작성자mumiai|작성시간17.03.22|조회수20 목록 댓글 0

 속마음-잘 지내고 싶다~

구들짱


그동안 상담원으로서 만났던 내담자들을 보면 그들에게서는 공통된 부분이 느껴진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상대방이 무시하거나 외면한다며 분노에 찬 모습으로 이해받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안고 상담소를 찾아오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작 자신에 대한 이해는커녕 자기모습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자신을 이해해 주고 따라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만을 앞세운 분노와 함께 상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만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울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봐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내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가 상대에게 바랬던 기대는 상대가 원했던 것도, 바랬던 것도 아닌 나 혼자 키워온 기대였으며, 상대는 당연하게 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나만의 착각을 착각인 줄도 몰랐던 나였다. 그랬기에 상대가 나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상대에 대한 헤집기를 수없이 반복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모든 기대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상대의 모습이었을 뿐, 내 앞에 있는 상대의 모습을 그대로 봐주려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순간 꽁꽁 싸여있던 마음의 고삐가 풀린 듯 가벼워짐을 경험했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던 상대의 모습이던, 기대에 못 미친 상대의 모습이던 간에 그래도 나는 한 가지 같은 마음에서 상대를 보았음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깨닫게 된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잘 지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다른 것은 필요치 않았다. 이후 나는 잘 지내기 위해 상대를 좋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좋은 말만 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서로 사랑해서 부부의 연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라 하면서도, 어느 순간 원수보다 못한 사이처럼 누가 더 상처를 입는지 서로를 헤집는 시간의 연장선에서 상대에 대한 기대를 무기로 상대를 바꾸려 하는 것을 멈추고, 한 순간이라도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싣다보니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 모두가 편안할 수 있었다. 외면당했다는 분노, 인정받고 싶은 억울함 등 이 모든 감정 이전에 '잘 지내고 싶다'는 속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은 나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 같다. 이 믿음이야말로 상대의 탓만 하던 비난의 손가락을 거둘 수 있었다고 본다. 나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 나를 사랑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알다보니, 상대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여유까지 챙길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나 잘못된 표현이었음을 깨닫고, 지금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뒤늦은 깨달음에 조급함이 생길 때는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나눈다면 나이 50이라 해도 아직 정오일 뿐이기에 무엇이던 시작하고, 결심해도 결코 늦지 않은 시간이라는 말을 되새긴다. 그리고 일순간 드러나는 몸으로 표출되는 행동과 입에서 반응하는 말들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내게 속삭인다. '잘 지내고 싶은 거지?'라고. 어떤 순간에라도 잘 지내고 싶다는 속마음이 먼저임을 기억하고 나를, 우리를 챙기는 것이 행복한 우리로 함께 하는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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