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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 ❝아이를 상대로 부모가 꾸는 꿈에 관하여❞

작성자mumiai|작성시간17.03.22|조회수23 목록 댓글 0

 아이를 상대로 부모가 꾸는 꿈에 관하여

구들짱


지난 1024일부터 '2017학년도 경기도 고등학교(전기, 후기) 신입생 입학 전형'을 시작했다. 전기 학교는 특수목적고(마이스터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자율형 사립고, 특성화고(직업계열, 대안계열), 일반고 특성화학과이며, 후기 학교는 일반고, 자율형 공립고로 전기고는 이미 마감되었고, 후기고의 입학 전형만 남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진로를 결정해야 하기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가족들이 머리를 모으며, 아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의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고입원서를 써야하는 시점에 다다르니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함인지, 아이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로서 아이를 상대로 꾸고 있었던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등등 가장 많이 나를 괴롭혔던 생각은 '지금의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라면 어떤 결정을 아이가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일까???'였다. 그렇게 무겁고무겁고두렵기까지 한 마음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가족들이 머리를 모았던 선택은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그 선택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는데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지인의 말씀에 따라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 아이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금의 결정이 아이의 행복을 바라지 않은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이 생각은 무시된 채, 부모의 보이지 않는 욕심이 억압이 되어 아이가 원한 것처럼 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를 반복하면서, 원서 쓰기 전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그동안 부모 뜻을 맞추는데 급급하여, 자기생각이 뭔지 생각할 여지조차 갖지 않았던 것인지 확인하고, 아이의 마음을 듣기 위해 아이가 긴장하지 않도록 온 몸의 힘을 빼고, 최대한 무심한 듯 가슴으로 아이와 얘기를 시도하였다. 그런데 부모 뜻에 따르려는 마음만 있었던 아이였음이 여실히 드러났고, 아이와는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기로 약속했다. 좀 더 일찍 아이마음을 궁금해 했더라면, 지금처럼 가슴 아프고, 막막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하며 내 마음만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다시 가족들이 머리를 모아 아이의 성향을 생각하고, 어릴 적부터 좋아하고 관심 있어 했던 분야인 본래의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이가 자유로이 자기생각을 넓히고, 부모 앞에서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 부부는 더 많이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을 갖기로 하면서 일순간 달라지지 시작했던 것은 남편이었다. 안부만 묻던 아이와의 대화 주제가 다양해졌고, 공부습관까지 챙기다 보니, 야단만 치는 아빠로 여기며, 아빠의 주위를 맴돌기만 했던 아이가 찰거머리처럼 아빠 옆에 붙어서 장난치며 어리광부리는 모습을 보며, 남편과 나는 피식 웃음을 주고받곤 한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하여 부모로써 선택의 폭이 넓은 큰 그림을 보여줄 수만 있었다면,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선택을 쉽게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큰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고,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안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되려 내 기대로 아이를 밀어붙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부모로서의 기대와 아이의 꿈을 분리하는 것이야말로 부모로서 해야 할 일임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아이가 맘껏 자신의 꿈을 꾸고 가꿀 수 있게만 된다면 아이뿐 아니라 나또한 이 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매 순간 아이가 행복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해도 내 욕심이 드러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아빠와 아이의 친밀감이 높아질수록 아이의 행복감은 배가될 것이며, 아이 스스로 무엇을 할 때 얼마나 행복한지도 알아서 그 길을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지지해 주며,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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