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은 눈부시다!!!❞
✸구들짱
주말을 기다리게 했던 드라마 '도깨비'가 끝났다. 남자 주인공이 멋있어서 보기시작 하다가 대사 하나하나에 마음이 붙잡혔고, 그렇게 나는 '공깨비'(남주인공 이름과 도깨비를 합친 단어)에 푹 빠졌다. 누군가는 소녀와 성인남성의 사랑이야기가 불편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삶에 대한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나를 돌아보게 한다. 한때 종교를 불교로 가졌던 나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불교 사상-다음사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다시 태어난다면…'라는 생각을 가끔 했었기에 드라마에게 보여주는 전생과 현생에 대한 얘기들이 보다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망각이 신의 최고의 배려라며 저승사자가 망각의 차를 주지만 이를 거부한 여주인공은 30년 후 전생의 기억을 온전히 가진 채 불멸을 살고 있는 남주인공 '도깨비'를 찾아오는 장면을 보며, 현생의 기억을 잊는 것이 배려가 맞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망각이 배려라는 말은 현생의 기억은 상처뿐인 잊고 싶은 것으로, 따스함과 행복으로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망각을 배려라고 하는 것이라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살면 망각의 차를 거부하고 싶은 기억으로 좋게 간직하려고 할지…. 드라마는 끝났지만 드라마가 보여줬던 삶에 대한 선택이 여전히 가슴 한켠에 숙제로 자리한다.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연장선이 가능하다면, 그 선택이 만족스럽기 위해서라면, 지금. 여기. 나는. 하루하루 가장 소중한 삶,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 나쁘다고 여기는 것일수록 좋게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이며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나는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드라마에서처럼 망각의 잔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로 그 어떤 기억도 좋은 기억으로 바꾸지 못했거나 다 지우고 새로운 기억으로 채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게 묻고 싶어졌다. '지금의 나는 지금을 기억하고 싶은가? 아니면 잊고 싶은가?'라고 말이다. 나의 대답은 아무리 신의 배려라 해도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대로, 나쁜 기억은 좋게 기억하는 쪽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저승사자를 보면서 내 생각은 더욱 굳혀졌다. 다른 이들의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저승사자는 스스로 삶을 버린 자로서 받고 있는 형벌로 의식주를 통한 일상의 소중함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순간 벌이 멈춰진다는 깨달음 속에서 하루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야말로 당연함이 아닌 감사한 것임을 생각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처럼 신이 존재하여 내 옆의 가장 친근한 누군가의 모습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 하니, 더욱 내 주변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보게 된다. 꼭 뭔가를 바라서라기보다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니 말이다. 나의 말 한마디, 나의 행동 하나까지 나의 삶의 연장선에 영향이 미친다고 생각하면 더욱 더 오늘의 일상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식사하고, 얘기 나누고, 일을 하고, 저녁을 맞이하여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하지만 '도깨비'를 보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들이야말로 오늘의 행복을 감사해하고, 오늘의 나를 소중히 여기며, 오늘의 만나는 사람들과 한껏 웃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전생과 후생의 나를 궁금해 하기보다, 지금의 나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함께 행복하기 위해, 그래서 행복한 우리를 위해, 새로 시작된 오늘 하루도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삶의 모든 날은 눈부시다는 것을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