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행복.
✾ 라일락
며칠 전 퇴근해보니 노란 병아리 두 마리가 아이의 해맑은 얼굴과 함께 나를 맞이하는데 내 기억 속의 노란 병아리는 해피엔딩이 아니었기에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지만 내 손은 어느새 신문지로 병아리 집을 만들고 있었다.
마음이 쓰였던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상처가 되는 것이 싫었던 나와는 다르게 아이가 금붕어, 장수풍뎅이 심지어 병아리까지 키우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주고 거두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져서 마음에 흠집조차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보니 요즘 들어 부쩍 아이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슬며시 올라오는 미소가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임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친구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부수어서 속상했다는 말과 함께 복수를 하겠다는 말에 아이의 속상함은 밀어놓고 아이의 말꼬리만 붙들다가 외면을 하니 내 뒤통수에 대고 구시렁구시렁, “엄마는 내 마음을 잘 받아주더니 지금은 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느냐”고 하는데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이제는 기분을 받아주는 일을 무시하지 못하게 아이는 나를 붙들고 그렇게 미소로 내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떠오르는 미소는 휴일도 없이 회사 일에 바빴던 남편이 아이가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아이와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곤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이와 놀아주는 남편의 마음씀씀이가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을 느끼게 되고 남편의 변화로 인한 아이의 행복지수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집 안의 작은 변화가 작은 행복을 가져오고, 무심코 화를 내던 모습이 슬며시 웃음을 짓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 마음 안에서부터 시작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도 아이는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라며 엄마의 잔소리를 흥으로 넘기는 재주를 부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와는 다르게 자기를 표현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해맑은 모습을 잃지 않고 예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 이 순간에도 아이는 내 가슴의 행복 문을 활짝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