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Dynamic 부산.. ^▽^
스펀지
나에게는 문화생활을 함께 하자고 약속한 친구가 있다.(K양이라 하겠다.) 이번에 K양이 여행을 제안했다.(작년에는 내가 늦잠을 자서 여행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가자고 하였다. 부산, 당연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어디를 둘러볼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K양이 세우기로 하여 내 역할은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올리면 되는 것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수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왠지... 아무것도 안하면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시작하여(절대로 K양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ㅋㅋ) 기차표는 내가 예매하기로 하였다. 출발할 때는 토요일 첫차.. 돌아올 때는 일요일 새벽 첫차를 타고 오는 것으로 정하였다. 원래는 금요일 막차를 타고, 토요일 막차를 타고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내가 금요일 날 워크숍으로 양평에 다녀오게 되어 밤 10시나 되어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고, K양도 약속이 생겨 자연스레 일정을 변경하게 되었다. 나는 워크숍을 다녀와 무척 피곤했지만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길 원치 않았기에 긴장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부족한 수면은 기차에서 채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K양과의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나는 만나기 1시간 30분 전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기 때문에 발권을 위해 조금 일찍 도착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발권 시간 10분을 더해 20분 먼저 왔다. 이게 웬걸... 기계가 발권을 해주기 때문에 발권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K양이 오도록 나는 정처 없이 역 내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도 한 번 봐주고, K양이 오는지 안 오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앉을 의자를 찾아보기도 하고...등등 K양은 약속시간 보다 5분이 지나 도착하였다. 쳇!!! 나는 놓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분주하였는데(기차는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 K양은 아주 느긋한 것 같아서 떨떠름했다. K양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차에 무사히 탑승하였고 말로만 듣던 부산에 도착하였다. (부산역에 도착하기 전, 푹 자고 일어나니 K양이 엄청 헤드뱅잉을 해댔다고 말했다. 창피하게시리...) 무튼, K양이 정한대로 태종대를 시작으로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해운대를 순서로 돌아보기로 하였고, 나는 인도하는 대로 이끌려 다녔다. 버스를 타고 장소를 이동하며, ‘몇 시 까지는 어딜 가야해!!’, ‘여기도 가야해!!’라는 고민도 안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렇게 둘러보는 것이 생각보다 여유롭다고 느껴졌다. 무조건 빨리 걸을 필요가 없었고, 시계만을 보지 않고, 주위 자연환경을 충분히 만끽하며 둘러볼 수 있었다. 원래 우리는 해운대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하였는데, K양이 피곤하니까 30분씩 자고 깨워주기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며 아침이 오면 내가 깨워주겠다고 했다.(가시나~ 밤 새자고 한 건 너였다구!!!) 시계를 보고 2시간 넘는 이 시간을 정말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나도 졸리기 시작했다. K양도 재우지 말걸... 후회가 밀려드는 것도 잠시 이때부터 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사투를 벌이고 있자니 불현 듯...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K양은 기차를 놓치면 환불받고 돈을 더 지불하고 가면 된다고 하였는데, 나는 이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제시간에 맞춰서 가면 되는데, 그렇게 못하여 생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자면 안되겠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드니 “으이구~!! 누가 나 아니랄까봐.”하며 혼자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홀로 밤을 세우고, 일어날 시간이 되어 K양을 깨우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참 아이러니 했다. 왠지 피곤한 애를 억지로 깨우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하고도 욕먹는 상황이라고 할까?)
이렇게 즐거운(?) 부산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약속’에 대한 코멘트를 듣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약속’과는 차원이 다른 ‘약속’... 그러면서 내가 이제껏 걸려있던 것에 대한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약속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었다. 특히, 숫자(시간)를 정한 ‘약속’이 그랬다. 그 마음으로 인해 먼저 도착하여 상대가 언제 오나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제시간에 만나면 아무 문제없지만, 늦게 오면 ‘나와의 약속이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마음이 들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존감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제 시간에 도착해야만 하는 불안과 상대가 늦는 것에 대한 불안이 공존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은 지키려고 용을 썼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낭비한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헉....... 돌이켜 보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핑계로 들릴지 몰라도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한쪽으로만 생각이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다른 쪽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값을 시간 낭비로 톡톡히 치른 것 같다. 그리고, 상대방이 불편할 것은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K양을 저 혼자 쿨쿨~ 자게 하여 불편한 마음을 주고, 나쁜 친구로 만들어 버렸으니...("미안해~~!!")
깨달았다고 해도 바로 나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일찍 도착해서 기다린다는 생각을 안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행동수칙을 정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쉬운 것부터 하자!!!! 첫째, 10분 전이 아닌 제시간으로 도착시간을 계산한다. 둘째, 무겁다고 가방에서 뺀 책을 다시 넣는다. 셋째, 약속장소 주변에 필요한 물건의 매장이 있는지 미리 확인한다. 넷째,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커피를 먹는다. 등등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투리 시간에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도착하는 10분을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아닌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지키려 했다면, 철저하게 나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아!! 그리고, 약속의 원래 목적은 만남이라고 한다. 1분이 10분이 오버되었다고 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머리로는 인정이 되었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것 또한 내것일테니... 그렇게 마음이 전환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시간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진짜 만남을 위한 일임을 늘 기억하며, 그 만남을 값지게 즐겨보아야겠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