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를 보고...
스펀지
영화 한편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 영화를 통해 문제가 한껏 이슈화 되었고, 관련법들이 줄줄이 발의되었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진 사건을 담은 영화를 본 후의 나의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영화가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그거 보고 싶어. 보면, 그렇게 열 받는 다더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성폭력상담원이라면, 그 사건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꼭!! 봐야 한다는 마음을 가질 것 같은데...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 사건의 범죄를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보고 싶지 않다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영화는 그동안 일을 접했던 사건처리에 대한 부당함이 그대로 보여져 마음속으로 빨리 끝나길 바라여 참 불편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고, 결과가 뻔한 내용을 또 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싫었기에 거부했던 것이었으며, 나라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라는 자문에 대한 답을 단번에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여전히 두렵고,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어 찝찝하다. 매뉴얼대로 대응을 하겠지만, 계속해서 부딪히는 산을 잘 넘어갈 자신은 없다. 내 스스로가 느낀 불편함을 알았기에 사건자체와 범죄자에게 초점을 두기보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했다.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였을까? 미술교사 인호, 인권운동센터 간사 유진, 손녀를 홀로 키우는 인호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의 모든 입장들이 가슴에 콕콕 박혀 이해를 하였지만, 서로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어긋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인호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의 편에서 돕고자 결심한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비밀로 하였지만 그 비밀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인호에게 말한다. 아이들 돕는 것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아픈 네 딸을 생각하라고... 인호는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자신의 딸을 돌볼 자신이 없다고 대답하고 뒤돌아 재판정을 들어갔다.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빵과 우유가 든 봉투를 내민다. "말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고"라며.... 그 빵봉투가 잘 울지 않은 나를 울컥하게 했다. 자식이 편한 길을 가고자 바랬지만, 옳은 길을 가려 하는 것을 이해하고 손을 들어주는 그 마음이 너무 짠했다. 이렇게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의 소리를 듣고자 하며, 그가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어머니가 아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일을 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면, 재판과정을 지켜보지 않았을 테고 그를 이해하는 기회를 잃어 틀어진 관계를 회복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상대의 간절함을 알아봐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한순간에 팔팔 끓어 법제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안도나 만족을 얻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기존의 제도를 변화시키지 위해 노력했느냐를 기억하고, 후에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세상을 지켜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더 해지길 바란다. 맞고, 틀리고 또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닌 그들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이라 느꼈기에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하였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간절한 마음은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영화화 되지 않는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이 하나하나 모아져 정말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세상과 서로서로가 감동을 주는 그런 감격의 도가니에 흠뻑 젖어 모두 살기를 소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