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에 대한 고찰.
돌고래
지금 나에게 가장 핫 이슈는 이사인 듯하다. 삶의 터전이 바뀌는 일이 그동안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과 평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던 집을 떠나 새롭게 적응해야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평안함이라는 것은 내 공간이 그대로 있고 유지되는 것이다. 내 방안에 있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어디에 무엇을 둘 것인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을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이사를 싫은 것으로만 느껴지게 만들었다. 방 뿐만이 아니라 다니던 길, 자주 갔던 가게들, 산책길 등등 그동안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좋지 않게 다가왔다. 새로운 곳에서 나의 주변을 새로이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이사를 가게 된 상황을 내가 어찌할 수는 없다. 더 잘살아보고자 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누구를 탓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계속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지니 매일매일 물에 젖은 오징어처럼 축쳐져서는 좌절감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멍청한 표정의 내 얼굴을 보게 되었다. 더 못생겨진 얼굴을 보며, 이런 생활을 하다가는 나의 모든 일이 영향을 받아 그것들까지 갉아 먹힐 거라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먼저 한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괜찮아.”라고 마음을 달래고 나니 한결 나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느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고자했던 나의 낡은 마음을 버리고,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는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된 것이었다. 나의 마음을 새로이 다 잡게 되니 생각의 터닝포인트를 선물 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다른 길로 터닝 해야 될 때는 스스로가 숨고르기를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집만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도 새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니 정말 기뻤다.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습관과 버릇, 행동들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점검하여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비로써 좌절감에서 벗어나게 했다.
짐을 꾸리며 가졌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버릴 것과 가져갈 것으로 나누며 추억을 되새겨 본 것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배우게 된 것 같았다.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로운 곳에서 잘 지내길 간절히 바래본다. ^^* 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떠다는 마지막까지 나의 성장을 도와준 고마운 터전, 다른 이에게도 그런 곳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