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두다.
돌고래
20살 때, 나의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였다. 어렸을 때, 엄마가 단발로 늘 유지시켰기 때문에 긴 머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계속 길러 앞머리 없이 풀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엠티를 가게 되었는데 그동안 나와 같은 모임에 속해 있었던 한 언니가 머리카락을 펼쳐서 누워있는 나를 보며 “귀신같아. 좀 묶어.”라는 말을 하였다. 그때 그 순간에는, ‘응? 뭐지? 난 나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뭘 그런 것으로 뭐라고 하지?’라는 마음이 들어 속상했었다. 그 후로 그 언니에 대해 ‘그냥 나를 싫어하는구나.’라는 내 판단으로 마주치지 않고 피해 다녔다.
나는 지금까지 이 일에 있어서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행동들을 점검받는 시간을 갖다 보니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말을 들을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라는 억울함을 역으로 생각해보니,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한 의도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변명 한마디 할 수 없었다. 내 행동, 아니 내 삶에 있어 의도된 부분이 전혀 없는 사람인 것을 스스로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 된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있어 의도란 늘 어그러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든 의도를 갖고 행동하면 그 일은 꼭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의도를 가져도 실패, 안 가져도 실패라면 안 갖고 있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라 여겼던 것 같다. 의도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를 둔다는 뜻이니... 예를 들어 새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 깨끗한 곳으로 걸으려는 나의 의도가 어그러졌을 때의 그 속상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신는 순간부터 애지중지 하던 신발을 헌 신발처럼 치부하고 신었다. 깨끗하게 신기 위한 노력보다는 어차피 더러워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속상함을 감당해내야 된다는 내가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를 봐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렇게 해서 나는 그동안 나에게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의미 없이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렇게 했는지는 내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귀신같다는 말을 들어도 싸다!!
이제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가 숙제로 남았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또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마음이 앞서지만, 이제 이런 걱정들은 내려놓으려 한다. 왜냐하면 나의 성장을 기대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다시는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보답하기 위한 좋은 책임감을 가져가고 싶다.
그동안 마음을 쓴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끔한 옷을 골라 입고, 얼굴에 화장품 바르는 것들을 일상의 습관으로만 여겼는데 상대와의 좋은 관계 형성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고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제부터 매일매일 몸도 마음도 가꾸기를 힘쓰고, 나날이 예뻐지는 내가 되는 부푼 꿈을 꾸어본다. 상상만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