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감사
돌고래
얼마 전 식겁할 뻔한 일이 있었다. 바로 버스의 파업사태 소식이었다. 퇴근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집에 도착해 뉴스를 검색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내일 어떻게 출근할지가 막막해졌다. 지하철은 다닌다고 했는데.. 집에서 역까지는 어떻게 가지? 역에서는 상담소까지 어떻게 가지? 등등 내 머릿속은 대안할 수 있는 다른 노선들을 그리는 지도가 되어 버렸다. 한 번에 쓩~하고 갈 수 있는 곳을 이렇게 많은 경로로 가야되는 건가? 택시를 이용해야 될까? 등으로 비용과 시간 중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으로 나는 시간을 버리는 대신 비용을 아끼는 길을 선택하여 지하철을 이용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침 뉴스에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듣기를 바라며 잠을 청했다.
역시나 아침에 오전 7시 이후로 버스가 운행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다행이다.’라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버스에 올랐다. 기쁜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타게 된 것도 잠시.. 버스 주춤주춤 가더니 기사아저씨께서 고장이라 하시며 뒤에 오는 버스로 갈아타야 된다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승객들은 하나둘씩 내렸고, 그 중 한 아저씨 승객이 말했다. “미리미리 봐놓지”라는 불만. 그때 나는 그 아저씨 승객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아저씨~ 오늘 아저씨 버스 못 타셨을 수도 있거든요?” 불현 듯 이런 발칙한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계속 생각하다 보니 내가 왜 그랬는지 깨달았다.
매일매일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시간대에 오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며, 왜 이렇게 늦게 오는지.. 왜 빨리 안 가는지에 대해 투덜투덜 거렸었다. 사실 버스가 없으면 아무데도 갈 수 없는 나약한 승객이었으면서 말이다. 얼마나 더 편해져야 나는 만족할까? 지금의 있는 것에 감사할 것들이 손에 꼽으면 엄청 많은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린 것에 대한 반성이 저절로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또 다시 든 생각은 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니 결과에 대한 유무만 따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 과정을 이루고 있는 세세한 부분에 대한 감사는 전혀 하고 있지 않은 내 자신에게 이번 버스파업사태는 뒤통수를 친거나 다름없다. 잘 흔들리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멀쩡한 몸 상태, 멀리부터 버스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력, 손에 쥐고 있는 버스카드 등등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다보니 생활에서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지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사실 어렵지도 않고,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해결방법으로 생각났다. 이것 또한 당연히 알면서 하지 않았던 것.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이 상황에서 나에게 이로운 것은 무엇인지 재빨리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생각을 잠깐 멈추고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를 위한 이로움을 꺼낼 수 있다면 저절로 감사할 거리들이 생겨날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는 것을 실천하여 얻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부정적인 상황마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하지 않을 때보다 마음이 편한 것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나는 버스를 타고 왔다. 조금 늦게 버스를 타게 돼서 늦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쌩쌩~ 달리는 버스에 앉아 ‘속력 좀 줄이지.. 불안하네.’ 라는 생각에서 ‘빨리 가면 일찍 도착 하겠다.’로 내 마음자세를 바꾸고는 덜컹거림을 리듬 타며 왔다. 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는 것을 말로써가 아닌 진짜로 체험하여 체득한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