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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한밤중의 베이커리』

작성자mumiai|작성시간16.03.17|조회수37 목록 댓글 0

한밤중의 베이커리

  돌고래

 

 나는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한다. 그것은 드라마를 보는데도 드러나 몇 부작까지 쭉 내용이 이어지는 한국드 라마에는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한 회마다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지는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는 좋아한다. 그 중 일본드라마는 원작의 책을 드라마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를 1회 시청하고,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일까? 나를 이토록 사로잡은 내용에는 더 어떤 것이 숨어있을까?

  캄캄한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디선가 구수하고, 달콤한 빵의 냄새가 난다면 그냥 모른 채 하고 지나칠 수 있을까? 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궁금해 하거나 코를 킁킁거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랑제리 구레바야시’(프랑스어로 빵가게 구레바야시라는 뜻)라는 빵집은 오후11시부터 오전5시까지만 운영하는 이상한 빵집이다. 여느 빵집과는 다르게 오밤중에 빵을 만들고, 굽고, 종류별로 먹음직스럽게 진열하여 손님을 맞는다. 밤중에만 여는 이유는 맛난 빵이 모든 인류에게 전해지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빵은 평등한 음식으로 길가나 공원 어디서든 먹을 수 있고 마주할 식탁이 없어도 누가 옆에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으며 맛난 빵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맛난 것이라는 생각으로 빵을 먹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밤중에 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만의 추측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이 빵집에는 심상치 않는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구레바야시 아내의 이복동생이라 주장하며 빵집에 얹혀살게 된 소녀, 망원경으로 사람들을 염탐하는 드라마 작가, 바를 운영하던 여장남자, 가출한 엄마가 돌아올 때 무섭지 않게 늘 불을 켜두는 꼬마까지 사연이 줄줄이 많은 사람들이 얽혀 이야기를 꾸려간다.

  이들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섞여 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듯 보이며, 이들 서로도 각자 사연을 알기 전까지 보이는 겉모습에 집중하여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사연들을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속모습은 어느 누구에 비할 수 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서로를 챙겨주고, 어려운 일을 함께 해주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등 보통이라 하는 사람들도 갖기 어려운 마음들이 있었다. 이 마음들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만들어주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들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여 이만큼 저만큼으로 내가 생각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았는가를 반성해 보았다. 상대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들으려 하지 않았으며 그저 내 생각대로 그렇게 한 내 자신에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스스로 충고해주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의 관계를 마냥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나는 부러워할 자격도 없다고 느껴졌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받는 첫 모습이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첫 모습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해를 가하는 사람인지는 그 모습만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재료들이 생길 때까지는 상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말 것!! 나를 의심하지 않길 바란다면, 당연히 상대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블랑제리 구레바야시빵집 사람들을 보며, 새롭게 다짐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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