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돌고래
지난 추석연휴에 두 살터울인 남동생에게 계속 잔소리를 들었다. 끊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웃음이 났다. 시집을 빨리 가라는 둥, 밥을 왜 많이 못 먹냐라는 둥, 추석이니 밖에 나가 놀라는 둥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알겠으니 5분만 조용히 하라고 부탁하였지만 얼마 못가서 또 이야기 하며, 잔소리쟁이의 면모를 보였다. 시집을 갔을 나이의 누나가 추석연휴에 집에 틀어박혀 나가지도 않고 드라마만 보는 것이 무척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잔소리는 네이버 사전에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으로 정의되어지고 있다. 즉 말하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듣는 사람이 듣기 싫다고 느껴지면 잔소리가 되는 것이며, 그 기준은 듣는 사람에 의해서만 판단되어 진다. 왜일까? 좋은 소리가 듣기 싫은 소리로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드라마를 보다 답을 찾았다. ‘말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이 들어가면 듣는 사람은 상처가 될 수 있고... 인간은 100%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이야기 할 수 없으며 반드시 자신의 주관이라고 하는 것이 들어가 버리지만... 상대의 말에 주관이 들어가 있어도 그것이 당신을 배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인공은 부모에게, 친구에게 상처받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된 청년에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청년은 한결같이 자신을 믿어주고, 집밖으로 나오라고 쫓아다닌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탈출에 성공한다. (출처: 일드 相棒=あいぼう:아이보우. Season10 Episode15)
이 드라마가 전개되는 것을 보며, 이쪽저쪽의 마음을 다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잔소리 하는 부모의 마음,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아들의 마음이 보여지는 상황이 전개될 때 마다 각각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도 어떤 때는 잔소리 하는 입장이고, 또 어떤 때는 잔소리를 듣는 입장으로 잔소리 하는 입장일 때는 내가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서 인거고, 잔소리를 들을 때는 상대가 내가 잘 되기를 바라서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분명 좋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잔소리로 치부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잔소리가 이로운 소리가 되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먼저 잔소리를 하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잔소리는 관심이며, 애정인 것 같다고 느껴졌다. 사람은 관심 없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관심과 애정이 지나쳐 상대가 무겁다고 느끼게 되면 더 이상 듣지 않게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좋은 소리인 것은 알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좌절에 귀를 닫아 말하는 상대에게 무시감을 주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두 가지 입장이 다 나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지만 서로 상반되다보니 진심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로 치닫게 되는 것 같다.
최악의 결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여 상대의 마음을 수용하기만 한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두 가지 입장이 동시에 보이다보니 저절로 “아~ 상대는 그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부정적인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위해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서 조금 다른 말을 건넨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 집에 가면 동생이 또 잔소리를 할 수도 있다. 듣다듣다 짜증이 나려하면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가 아니라 “너의 관심과 애정은 고맙지만 오늘은 그만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동생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도 괜찮다. 나도 동생도 이롭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부터 이렇게 말해볼 것이다.